[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예요?"
취임 5일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대통령이, 그것도 취임 직후 국정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 대통령이 꺼낸 한마디에 식품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라면을 비롯한 먹거리 전반에 대한 정부의 가격 통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의 '라면값 2000원' 발언을 의식했는지 2000원대 프리미엄 라면을 주력으로 하는 한 식품업체는 최근 1000원대 라면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한 식품사 임원은 "민생 경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 등의 가격 상승을 경계해야 하는 측면은 이해한다"면서도 "물가 안정을 이유로 식품사만 표적이 되는 것은 속상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는 새롭게 출범한 정부마다 식품사를 향해 무언의 가격 압박을 가했던 '학습효과'에 기인한 반응으로 보입니다. 직전의 윤석열정부만 해도 물가 안정을 강조하며 주요 식품사를 불러 모아 가격 안정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의 라면 판매대 모습.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정부가 주도권을 가져가진 못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인플레이션 후유증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에너지비용이 확대되며 제조원가도 뛰었습니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특정 농작물의 가격이 급등하는 '기후플레이션'이 빈번하게 나타나 가격 불안정성 또한 커졌습니다. 여기에 초유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 올렸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먹거리 가격 인상을 식품사의 탐욕이라고만 하기 어렵게 돼버렸습니다. 식품사들은 "벌어도 남는 게 없다"며 낮은 영업이익률을 토로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눈치를 보며 제품 가격을 올렸습니다. 윤석열정부의 먹거리 가격 통제는 실패로 돌아간 셈입니다. 시장 원리로 형성되는 가격을 누르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1호 업무지시로 '비상경제대응 TF' 신설을 주문하며 물가 안정과 민생 회복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달 12일 식품·외식업 협회를 만나 "과거처럼 기업의 판매가를 가격 규제 형식으로 막 내리누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윤석열정부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라면값 2000원 발언이 단순 '군기 잡기'가 아닌 농축수산물 생산망과 유통망 확충으로 이어져 물가 안정을 실현하길 기대해 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