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액션 게임 '데스 스트랜딩(DS) 2: 온 더 비치'가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연결의 끈을 쥐어주고 있습니다. 단절과 배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연결의 소중함을 가르쳐준 그 끈 말입니다.
샘(노먼 리더스)이 루와 함께 잠적한 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이미지='데스 스트랜딩 2' 실행 화면)
'데스 스트랜딩'이란?
이 연결의 끈은 2019년 11월, '데스 스트랜딩'이란 이름으로 처음 우리 손에 닿았습니다. 거장 코지마 감독이 코나미에서 독립해 세운 코지마 프로덕션의 첫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화제를 모았는데요.
사람이 이승으로 좌초된 망자(BT)와 접촉하면 대폭발이 일어나는 '데스 스트랜딩' 현상으로 인류가 멸종을 앞뒀다는 충격적인 세계관이 먼저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후 주인공 샘(배우: 노먼 리더스)이 생사의 경계에 놓인 태아 BB-28(루)와 함께 '카이랄 네트워크'로 사람들을 연결해, 미주도시연합(UCA)을 세운다는 설정이 수많은 사람을 위로했습니다. 게임 발매 후 얼마 안 돼 창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의 고립된 사람들이 연결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작중 샘은 고립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배달해주고 이들을 네트워크에 포섭하는데요. 임무를 마친 샘이 폐기 대상인 루를 병에서 꺼냄으로써 세상을 배달해준 결말과, 클로징 크레딧 이후의 추가 영상이 게이머들을 울렸습니다.
프래자일(레아 세두)이 마을에서 쫓겨난 레이니에게 다가가 합류를 제안한다. (이미지='데스 스트랜딩 2' 실행 화면)
보편적이나 완전치 않은 '개념'
6월26일 출시된 2편은 "우린 연결돼야 했을까?"를 주제로, 사람의 진정한 연결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DS 일기'를 통해 몇 가지 이야기의 끈을 이어가려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가까이'입니다.
사람은 개념의 동물입니다. 세상 도처에 흩어진 사물과 현상을 일정 조건에 맞게 측정하고 분류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유형 분류가 일상적입니다. 조직 운영과 인간 관계 대부분에 도움 되기 때문이죠. 누군가와 함께 장기간 일하면서 단 한 번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본 적 없는 경험, 이런저런 형태로 인격을 무시당한 경험은 '이런 인간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침을 낳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온 직관은 유용합니다. 비슷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이거든요. 특히 애써 소통하려 해봤자 상처만 입는 경우를 예방합니다.
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걸 최근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SIEK)로부터 DS2 리뷰 코드를 제공 받았습니다. 그리고 DS 1편이 때마침 팬데믹을 만났듯이, 저 역시 때마침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만지는 모든 걸 노화시키는 투모로우(엘 패닝)은 사람들이 자신을 원치 않는다고 생각해 일행을 떠났다가 샘과 함께 돌아온다. 이후 동료들의 온기 속에 자기 능력을 키우며 가족이 돼 간다. (이미지='데스 스트랜딩 2' 실행 화면)
'레이니'는 어딘가에 있다
DS2의 새 등장인물 '레이니(배우: 쿠츠나 시오리)'는 야외로 나갈 때 비를 내리게 하는 둠스(DOOMS) 능력 보유자입니다. 둠스란 데스 스트랜딩 현상이 일어나면서 소수의 사람이 갖게 된 능력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 비는 생명과 사물의 노화를 촉진하는 '타임폴'로 불리는 두려운 존재입니다. 타임폴 지역에선 인간과 부딪히면 주변 수십㎞를 폭발시키는 BT(이승에 좌초된 망자)가 나타나기도 하지요.
그래서 레이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쫓겨납니다. 정작 레이니 가까이에서 맞는 비는 시간을 되돌려준다는 걸 사람들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를 눈여겨 본 택배 업체 드로 브리지의 사장 프래자일(배우: 레아 세두)이 레이니에게 다가갑니다. 프래자일은 전작에서 악역 힉스에 의해 강제로 비를 맞아 목 아래 피부가 노화됐지만, 레이니 앞에서 비를 맞고 본래 피부를 되찾았습니다.
프래자일은 손으로 만지는 모든 걸 노화시키는 둠스 보유자 투모로우(배우: 엘 패닝)에게도 손 내밀었고, 투모로우는 사과를 알맞게 익힐 정도로 능력을 조절할 수 있게 됐습니다.
DS2는 과거의 기억이 괴롭더라도, 유형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가르쳐줬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비(타임 폴)의 무서움에 압도돼 레이니를 쫓아냈듯이, 저 역시 사람의 행위를 타임폴처럼 보지 않았는지 떠올렸습니다.
그렇다고 애써 연결되려 노력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처뿐인 연결은 반드시 있으며, 그에 관한 나의 경험도 소중합니다. 다만 세상에 레이니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의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경쟁과 배척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DS2는 상처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