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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따라올 수 없는 것
입력 : 2025-06-27 오후 8:43:54
최근 MBC 예능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인공지능(AI) 특집 코너 'Project AI'를 공개했습니다.
 
이 코너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을 방영했는데요. 사건 중심인물을 기반으로 AI 영상을 생성한 뒤, 배우들의 연기를 따로 촬영해 영상에 반영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이를 통해 우주 유영에 나섰던 레오노프의 하루를 웅장하게 그려냈죠. 생성형 AI가 구현한 우주와 설원은 일요일 오전의 나른함을 깨우기 충분했습니다. 배경뿐 아니라 인물들도 주어진 상황에 맞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완결성을 더했는데요.
 
(이미지=챗GPT)
 
그러나 사실적인 배경과 다르게 인물의 모습은 그렇게 못했습니다. 다소 획일적인 얼굴 근육과 눈동자 움직임은 기존 시청자들에게 이질감을 주기 충분했죠.
 
서프라이즈가 장수 인기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큰 요인 중 하나는 재연 배우들에게 있습니다. 어설프거나 과장된 분장, 뭔가 어색하지만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연기까지. 조금은 뻔뻔(?)하면서 유쾌하게 극을 살려내는 재연 배우들을 보는 게 이 예능의 묘미 중 하나였죠. 그에 비하면 AI가 구현한 인물들은 너무 완벽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흠이 없었습니다. AI가 만든 사실적인 이미지는 역설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표방하는 '진짜 이야기'의 몰입감을 떨어뜨리기 충분했습니다.
 
또, 생성형 AI가 구현한 영상의 확대로 이들 배우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도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입니다. 앞서 같은 방송사의 예능 '심야괴담회'는 지난해 재연 배우의 출연 대신 AI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제작비 때문이었죠. 방송계의 만성적인 제작비 압박 풍조 속에, 생성형 AI가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낸 영상은 제작진들에게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 될 겁니다.
 
AI라는 기술적 흐름 앞에 얼핏 그들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부르는 건 첨단 기술이 아닌 사람이고, 어설퍼도 진심이 묻어나는 얼굴입니다. '진짜 이야기'를 전하는 일에는 아직도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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