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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택갈이'하는 중견·중소기업
입력 : 2025-06-26 오후 8:57:37
최근 국내 시장에서 '택갈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있어왔던 일이지만, 이제는 아예 대놓고 중국산 제품을 자국 브랜드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의 문제를 넘어, 한국 제조업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인데요. 이 방식은 주문자가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부 외주 업체에 맡기고 자사 상표만 붙여 판매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복잡한 설계 및 생산 과정을 생략하고 손쉽게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일부 중견·중소기업들이 이 방식을 활용해 중국산 제품을 마치 자체 기술력으로 만든 것처럼 포장하고, 터무니없는 '브랜드 값'을 얹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ODM 상품에 대해 "해당 브랜드의 혼이 없는 상품이자 브랜드에 편승하려는 물건"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등 해외 직구 플랫폼에 들어가 보면 국내에서 수십만 원에 팔리는 제품과 외형부터 내부 설계까지 동일한 제품이 '반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는 현실은 소비자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듭니다. 이는 단순한 가격 프리미엄을 넘어선 국민 기만 행위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국내 중견기업 중에서도 이러한 '택갈이' 논란의 중심에 선 곳들이 있습니다. 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와 쿠첸은 일부 핵심 제품만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 소형 가전제품은 대부분 중국 기업에서 ODM 방식으로 들여와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제습기로 잘 알려진 위닉스 역시 주요 제품을 제외한 소형 가전 신제품 상당수가 중국 ODM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일전자, 하츠 등 다른 중견 가전업체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인건비 격차와 생산 효율성을 고려할 때 ODM 방식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게 '중국산 ODM 제품'임을 알리지 않고, 마치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것처럼 홍보될 때 발생합니다. 이는 기업 윤리 문제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대놓고 이뤄지는 '택갈이' 판매는 당장의 수익을 늘릴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습니다. 핵심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고 손쉬운 방식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면, 한국 중견·중소기업들은 결국 기술 경쟁에서도, 가격 경쟁에서도 뒤처지며 퇴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저가 중국산 제품을 들여와 상표만 바꿔 파는 것을 넘어, 차별화된 기술력과 혁신적인 디자인, 그리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정부와 산업계는 국내 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리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과연 우리 중견·중소기업들은 '택갈이'라는 손쉬운 유혹을 떨쳐내고, 대한민국 제조업의 자부심을 지키며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까요? 지금이야말로 깊이 있는 성찰과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식기세척기 비교 리뷰. 동일한 중국 제품이 브랜드만 다르게 팔리고 있다.(사진=갈무리)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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