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로또'는 더 이상 복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주택 청약 특히 무순위 청약 '줍줍' 현상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을 담은 또 다른 로또가 되었습니다. 최근 과천에서 단 한 가구를 놓고 13만명이 몰린 무순위 청약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청약 경쟁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아닌 자산 불평등과 투기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청약은 본래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구분 없이 청약 문이 열리면서 줍줍은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었고 정작 집이 필요한 이들은 기회를 잃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무순위 청약 자격을 무주택자로 제한하는 개편안을 시행한 것은 이런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이 조치만으로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청약 과열과 로또 경쟁은 결국 공급 부족과 불평등한 자산 구조가 만든 산물입니다.
우리 사회가 꿈꾸는 내 집은 복권 당첨처럼 운에 맡길 수 없습니다. 공정한 기회와 충분한 공급, 그리고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함께할 때 비로소 모두가 집을 꿈꾸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로또를 꿈꾸는 사회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자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이 로또판을 어떻게 바꿔나갈지는 우리 모두의 고민과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김헌정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이 지난 2월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 무순위 청약제도 개선안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