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갈지 모르겠으면 일단 타.”
지난 24일 오후 광주송정역. 타 언론사 선배가 제게 택시를 타라며 손짓했습니다. 기자실과 행사에서 종종 마주치던 선배였습니다. 용산으로 돌아가는 기차는 출발까지 약 50분 정도 남았습니다. 갈 곳이 없었던 저는 목적지도 모른 채 택시에 탔습니다.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지난달 발생한 화재의 피해가 여전하다. (사진=이명신 기자).
“기사님, 금호타이어 공장 앞으로 가주세요.”
그제야 지난달 중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게 기억났습니다. 금호타이어 주요 생산기지인 광주공장은 연간 약 12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해 왔습니다. 광주공장의 연간 매출액은 8916억9700만원인데, 지난해 금호타이어의 연간 총 매출 4조5321억원 중 약 20%에 달합니다. 이번 화재로 공장의 60%가량이 소실됐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화재 현장에 도착했지만, 출입이 통제돼 안으로 들어갈 순 없었습니다. 멀리서 바라본 현장은 처참한 몰골이었습니다. 사고 뒤 한 달이 지났지만 공장 외벽은 검게 그을렸고 지붕은 주저앉았습니다. 공장 정문 옆 담벼락엔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돌아가는 길, 택시기사님은 당시 화재에 대해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큰 소득은 없었습니다. 공장 주변에서 찍은 사진들이 전부였습니다. 같이 간 선배도 공장 안으로 들어가진 못할 거라 예상했다며 “그래도 광주에 왔는데 현장에 가 봐야지”. 내색하진 않았지만, 선배의 말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선배들은 입을 모아 “현장에 가는 게 기자”라고 말했습니다. 헛걸음일지라도 현장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일. 결국 좋은 기사는 그 걸음 속에서 나올지 모릅니다. '나는 얼마나 질문하고 얼마나 움직였나.'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생각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