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식을 마치고 최성자씨 등 국회 청소 노동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3 비상계엄부터, 어쩌면 그보다 일찍부터 대한민국은 대혼돈의 시기였습니다. 국제 정세는 숨 가쁘게 흘러가는데, 대한민국은 '윤석열'이라는 세 글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의 첫 출발은 파격적이었습니다. '단 하루도 청와대에 가지 않겠다'라는 그의 선언은 자신의 가치만이 옳다는 오만에서 비롯됐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여파와 예산 소요 등은 자신이 옳다는 믿음 아래 무시됐습니다.
이른바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도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믿음으로 시작했지만, 자신의 화를 억누르지는 못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옳은 것의 괴리는 알지 못했습니다.
비극적인 12·3 비상계엄의 준비부터 실행, 실패 이후 추락한 그의 모습도 모두 이런 과정에서 탄생했습니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의 상징인 '용산 대통령실'에서 단 하루도 업무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했다면 같은 출발점에 섰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새출발, 첫 단추는 나쁘지 않은 시작으로 보여집니다. 취임과 동시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은 무리수에 가까웠습니다. 모두가 왜 그렇게 서두를까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사실 실무 차원의 준비도 다소 미흡했습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천재지변에 가까운 외교적 상황이 있었으니 부정적 평가를 하기엔 무리라고 봅니다.
G7에서 돌아온 이 대통령은 내각 인선에 나섰습니다. 파격적이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과 버금가는 파격은 아니지만, 이재명정부에서 경험한 첫 파격적 순간이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유임하기로 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을 위해 열렸던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윤석열정부의 장관이 이재명정부에서 직을 유지한다는 겁니다.
내란 청산이라는 임무를 쥐고 당선된 이재명정부에서 과연 옳은 일인가. 명분은 통합이었습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더 극단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첫 단추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고작 30일이 돼갑니다. 곳곳에 지뢰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재명정부의 첫 출발 키워드는 '실용'으로 대표되고 있습니다. 30일의 실용이 임기 말까지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윤석열씨의 몽니에는 '야당'이 자리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앞길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겁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의 출발을 잊지 않고, 현재의 모습을 끝까지 유지해주길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