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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미끼 된 유심 교체
입력 : 2025-06-25 오전 9:11:31
드디어 제 차례가 돌아오더군요.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SK텔레콤의 유심 교체 방문 안내 문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단 3일의 시간만 주겠다는 문자에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지난 6월10일 한 SK텔레콤 직영점에서 유심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가 터지고 유심 교체 신청에 어마어마한 대기가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줄어들지 않는 숫자를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 저는 여러 차례 폭풍우가 지나간 뒤 대기자가 없을 때 유심 교체 신청을 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사고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자발적 선택(?)으로 뒤늦게 교체 안내 문자를 받았을 텐데 여전히 매장에는 인파가 가득했습니다. 제 또래보다는 나이가 지긋한 중장년들이 많았는데요. 다행히 얼마간의 기다림 끝에 쉽게 교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빠른 교체를 위해 매장에 테이블을 따로 여러 개 마련해 담당자가 기계적으로 교체에 나선 덕분이었습니다. 체감상 1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괜히 아쉬운 마음에 문제될 것은 없겠느냐 물은 뒤 대기석으로 돌아가 스마트폰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했습니다.
 
그러나 제 옆 테이블들의 사정은 달랐습니다. 어르신이 앉은 테이블에서는 저와 달리 긴 대화가 오고갔는데요. 얼핏 이야기를 듣자하니 "지금 요금제가 손해다", "스마트폰을 바꿀 때가 됐다", "아직도 모르고 계셨느냐" 등의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그러자 단순히 유심만 교체하러 방문했던 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홀린 듯이 빠져듭니다. 유심 교체 테이블에서 어느새 상담을 가장한 영업이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지연되면서 유심 교체 대기자가 발생하더군요.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이미 고가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저에게는 건넬 말이 별로 없었나 봅니다. 대신 쉽게 솔깃해 할 법한 어르신들을 상대로 여러 정보를 쏟아내며 유심 말고도 요금제, 기기를 교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저의 색안경일 수도 있겠으나,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일 수도 있겠으나 저에겐 '한 명만 걸려라' 하는 식의 모습으로 비춰졌습니다. 사태가 사태인지라 유심 교체를 위해 방문한 이들에게 영업을 하는 모습은 불편했습니다. 유심 교체가 영업 미끼로 둔갑한 것 같아서요.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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