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정리를 하다 지난해 여름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서를 발견했습니다. 신체 나이 31세. 실제 나이보다 6살이나 젊게 나온 결과였습니다. 올해도 이 숫자를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자가 주로 먹는 아침식사. (사진=오세은 기자)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 해온 데에는 조깅같은 생활 습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어릴 적부터 이어져 온 ‘식습관’의 힘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몸을 건강하게 만든 건 단지 저의 노력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의 지난한 인내와 원칙, 그리고 사랑이 밥상에 녹아 있었던 영향이 큽니다. 달거나 짠 음식, 배달 음식은 철저히 피했고,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브로콜리, 파프리카, 두부, 양상추 같은 식재료가 밥상에 올랐습니다. 아침부터 이런 음식이 익숙했던 저는 과자보다는 귤을, 디저트보다는 밥 한 숟갈을 더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릴 적 과자를 사달라고 떼도 썼습니다. 그래서 얻어먹은 과자는 새우깡이 전부였습니다. 야쿠르트도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그게 많이 아쉬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머니는 “그 흔한 과자와 야쿠르트를 비싸서 자주 사주지 못했다”고 말씀하시지만, 지금의 저는 그 선택이 저를 건강하게 만든 최고의 선물이었다는 걸 압니다.
요즘은 스마트폰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자극적인 음식이 눈앞에 차려지는 시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는 30~40대 젊은 층도 당뇨와 고혈압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서도 좋은 식습관이라는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오늘도 부엌에서 바삐 움직이는 어머님들이 계십니다. 늘 푸릇푸릇한 식재료로 자식들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요. 어머니의 위대한 식습관이 어느새 ‘건강한 나’를 이루고 있음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