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 보름 만에 2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습니다.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자영업자 빚을 탕감하며 지역사랑상품권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민생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타이밍과 집행 방식 모두 아쉽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경기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정부의 재정투입 시점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생각됩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와 투자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경고가 있었고, 한국은행은 연말부터 기준금리를 네 차례나 인하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정치적 혼란에 발이 묶여 움직이지 못했고 필요한 시점에 재정의 역할이 공백 상태로 남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이라도 추경을 편성한 것은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 돈이 실제로 민생을 살릴 수 있을지는 집행의 정밀도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소상공인 113만명의 16조원 규모 빚 탕감은 자칫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누군가에게는 큰 구제책이 될 수 있지만 지원 대상에서 빠진 자영업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소비쿠폰 지급도 마찬가지입니다. 1인당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합니다. 일회성 쿠폰이 당장의 체감 효과는 줄 수 있겠지만 경기 전체를 반등시킬 수 있는 힘까지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과거 유사 정책들의 효과도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혜택을 누리는 구조"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는 설계가 아니라 실행 과정에서 검증되는 말입니다.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일부 계층만 반복적으로 수혜를 입는다는 인식이 쌓이면 정책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혜자인 국민이 반사적 혜택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분명히 맞는 방향입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건 메시지가 아니라 성과입니다. 20조원이 넘는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가 곧 새 정부 정책에 대한 첫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이번 추경이 단지 돈을 푸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골목상권과 민생 회복의 촉매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다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한 번 놓쳤다고 생각되는 타이밍을 집행 정밀도로 만회해야 할 시점입니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총 30.5조원 규모로 편성된 새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