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 후 쇄신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계파도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투표함을 열자 나온 숫자는 60표, 30표, 16표. 3선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이 과반을 차지하며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당선됐습니다.
결국 계파전이었습니다. 구주류로 밀려나던 친윤(친윤석열)계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굳건함을 입증했습니다. 친윤계 표심이 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계파의 의리는 생각보다 끈끈했습니다.
선거에 앞서 계파색을 부정하던 송 원내대표는 '김용태 패싱'에 앞장서는 모습입니다. 대선 이후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줄곧 친윤계의 견제를 받았습니다.
송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의 5대 개혁안보다 혁신위원회 설치가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의원들과 릴레이 간담회도 열었습니다. 대다수 의원이 혁신위 설치에 찬성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106명 중 60명이 송 원내대표의 뒤에 있습니다.
국회에선 머릿수 싸움이 협상력을 결정합니다. 송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우리는 정권을 잃은 소수 야당"이라며 약체임에도 여당에 맞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요. 정작 정당 내 다수 계파 일원으로서 골리앗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권 교체 책임이 있는 친윤계가 당권을 포기하지 못하자 내홍은 더 심해집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던가요. 의원실에 새로운 법안에 대해 물으면 "아시잖아요. 요새 그 쪽은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국민이 바라는 건 분열이 아닙니다. 자기 정치에 매몰되는 모습도 아닙니다.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 최대 야당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변화는 말이 아니라 실행에서 드러납니다. 당선사에서 통합을 강조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이 '도로 친윤당', '도로 영남당'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실질적인 쇄신과 포용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3선 송언석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