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어도 일할 곳이 없다고 토로하는 가운데, 기업들은 적합한 인재가 없다고 합니다. 대기업은 채용 문을 좁혔고, 중견·중소기업은 신입보다 경력자나 이른바 '중고신입'을 선호합니다. 기업들이 미래 인재 발굴보다 당장의 업무 효율을 중시하면서, 신입 채용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된 지 오랩니다. 최근 현장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극한의 선별적 채용 시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인적자원(HR)업계와 기업을 취재해다보니 채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명확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은 선뜻 인건비 지출을 확대하기 어려운 처지죠. 경직된 내수 경기, 지지부진한 수출 회복, 글로벌 긴장감 등은 기업의 경영전략 전반을 위축시켰고, 채용은 가장 먼저 조정 대상이 됐습니다. 그나마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 소수의 중견기업들만이 제한적 채용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수시채용·인턴 전환 방식 등 ‘선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이처럼 좁아진 채용문 앞에서, 청년들은 긴 터널에 갇힌 듯한 심정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청년 고용률은 13개월 연속 하락했고,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 인구는 5만6000명 늘었습니다. 노동시장 밖에서 그저 기다리는 청년이 해마다 늘고 있는 셈입니다. 열심히 준비해도 기회가 돌아오지 않으니, 자포자기하는 심리가 퍼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미래세대 전체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일부 기업들은 하반기 채용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산업별로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는 분야도 있습니다. 하지만 채용 회복세는 전체 고용시장에 비하면 미약하고 제한적입니다.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채용 시기와 규모를 '내부 검토 중'이란 말로 에둘러 말하죠. 유능하고 적합한 인재를 찾고 있지만, 경험 없는 청년들에겐 관심이 없나봅니다.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처럼 기업에만 인재 선발의 '선택권'을 맡겨두는 구조로는 청년 고용의 활로를 찾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정부는 수요자 중심의 실질적인 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초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인센티브 중심의 신입 육성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 역시 '선별적 채용'이라는 말 뒤에 숨을 게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투자 차원에서 청년 고용을 바라봐야 합니다.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은 한 사회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극한의 선별적 채용 시대는 그 자체로 사회적 경고입니다. 이제는 그 경고에 응답할 차례입니다.
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