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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입력 : 2025-06-12 오후 4:27:41
요즘 꽤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진짜입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서 시민들이 러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전에도 안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였습니다. 이번엔 다릅니다. 진지하게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꽤 오래전, 지인이 술자리에서 선배에게 실수를 해 크게 혼나는 장면을 보게 됐습니다. 그 지인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조금 이상했습니다. 혼나는 수위가 실수의 무게를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왜 저렇게까지 혼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지인이 같은 선배에게 비슷한 실수를 했습니다. 순간 움찔했지만, 이번엔 가벼운 훈계 한마디로 상황이 끝났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같은 실수인데 전혀 다른 반응이라니.
 
혼란스럽다가 문득 혼난 이가 뚱뚱해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물론 당시의 분위기, 선배의 기분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겠지만, 두 상황을 모두 지켜본 입장에서는 외모 말고는 특별한 차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아, 언젠가는 나도 저 자리의 당사자가 될 수 있겠구나’ 불길한 예감. 겉모습 때문에 누군가가 함부로 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이는 저만의 경험만은 아닐 겁니다. 이전부터 한국 사회에서 외모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무시당하지 않기 위한 조건’이 됐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가 외모에 집착하는 것이 아닙니다. 외모를 이유로 평가받고 차별당해왔기 때문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겁니다.
 
외모 차별은 ‘날씬한 몸매’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꾸미지 않으면 무례해 보인다고 하고, 유행을 따라가지 않으면 게으르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심지어 체형, 피부 상태, 명품 착용 여부가 그 사람의 ‘경제력’과 연결되기도 합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가난해 보이면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았고, 유행에 뒤처지면 현실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처럼 여겨집니다.
 
사람들은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꾸미고, 입고, 바릅니다. 고급차를 사기 위해 빚을 지는 ‘카푸어’가 늘어나는 것도 그 연장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허세나 과소비로만 보기엔, 그 속에는 ‘차별받고 싶지 않음’이라는 절박함이 깔려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는 말합니다. “사람은 외모가 다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매 순간 반대로 작동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저만의 오해일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할 순 없습니다. 
 
제 다이어트가 비록 착각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지방과 우선 결별하기로 한 이유입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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