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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0원 한우?
입력 : 2025-06-11 오후 5:50:24
최근 외식업계에서 핫한 키워드를 하나 꼽자면 저가 한우 프랜차이즈를 들 수 있습니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서 '1등급 이상 한우, 100g당 8800원, 9900원에 판매 중' 문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유명 개그맨이나 유튜버가 직접 홍보에 나서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죠.
 
(이미지 = 챗GPT)
 
최근 고물가 현상으로 소비자 외식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같은 프랜차이즈들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충분했습니다. 특히 한 개그맨이 운영하는 업체는 평일에도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 가운데 출시 반년여 만에 가맹점 수가 229호점을 넘기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마케팅이 가능한 이유는 경기 불황으로 한우 소비량이 감소한 가운데 한우 사육 두수는 늘면서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 기준 300만마리가 채 되지 않던 한우 사육 두수는 2024년 약 349만마리를 넘어섰는데요. 팬데믹으로 바깥 출입이 제한돼 집밥 수요가 늘면서 한우 소비도 증가한 것이 영향을 줬습니다. 그 때문에 축산 농가는 사육 마릿수를 지속적으로 늘려왔죠. 
 
문제는 가격입니다. 농협 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한우 도매가격은 1㎏ 기준 1만7000원으로 책정됐는데요. 2021년 2만1000원을 넘겼던 것과 생각하면 20% 가까이 하락한 셈입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고물가로 외식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한우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저가 한우 프랜차이즈가 유지될 수 있는 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때문인 셈인데요. 그러나 전례 없는 한우 프랜차이즈 열풍으로, 모방 브랜드까지 합치면 최소 330점포(가맹계약 기준)를 넘어섰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장 및 수요 증가에 따른 한우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서울권 매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오픈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집니다.
 
사실상 '가격'이 전부인 이같은 저가 한우 프랜차이즈는 박리다매 방식의 수익 구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우 가격이 오른다면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가를 높이거나, 고기의 질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지 모르죠. 소비자들의 발길도 지금같을 순 없을 겁니다. 이에 대한 리스크는 오로지 점주들의 몫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외식 선택지가 늘어나는 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2015년 연어값 폭락으로 국내에 우후죽순 생겨난 연어 무한리필 전문점들이 이후 가격이 정상화됐을 때 어떻게 됐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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