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인공지능으로 거래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FDS)을 강화했다", "사기 예방에 힘쓰고 있다"고 홍보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 숫자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좋아졌다는데 왜 피해는 계속되고 있을까요?
올해 들어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사기이용계좌 건수는 각각 1000건을 넘었습니다. 시중은행보다도 훨씬 많습니다. 케이뱅크도 전년 대비 2배 넘게 늘었습니다. '대포통장'으로 쓰이거나 보이스피싱에 악용된 계좌들입니다. 은행들은 "모니터링을 더 열심히 해서 숫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가 늘어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기 피해가 여전히 '고객 책임'으로 분류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로맨스 스캠, 가족·지인에 의한 사기처럼 감정이나 신뢰를 이용한 범죄는 은행 시스템이 거의 걸러내지 못합니다. 그 결과 피해자들은 보상도 못 받고 사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기술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 시스템은 거래가 끝난 뒤에야 이상 여부를 확인합니다. 말하자면 '사후 감지'입니다. 이미 돈이 나간 뒤에야 "이상 거래였습니다"라고 알리는 식입니다. 이런 구조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시스템을 고도화했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시스템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 "피해가 줄었다"는 결과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피해자가 계속 생기면 시스템은 제 역할을 못한 것입니다. 진짜 변화는 '감지'보다 '예방'입니다. 거래 전 조짐을 읽고, 위험을 알리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합니다.
은행들이 정말 소비자를 보호하고 싶다면 숫자와 기술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한 번 더 고민해야 합니다. '탐지했다'는 보고서보다 '막아냈다는 결과가 먼저여야 합니다.
박은령 국민권익위원회 민원정보분석과장이 지난달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짜 온라인 사이트, SNS 등을 이용한 신종 사기 관련 민원이 한 주간 300건을 넘는 등 폭증하고 있어 민원 예보를 발령한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