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들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맥도날드’입니다. 대표 메뉴인 ‘빅맥’은 어느 나라든 거의 같은 맛과 품질을 유지합니다. ‘빅맥’은 단순한 메뉴를 넘어, 각국의 물가를 비교하는 경제 지표로 활용되는 까닭입니다.
그만큼 보편적이고 모두에게 익숙한 음식입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한국에도 맥도날드가 많은데, 굳이 여행와서 또 가야 해?” 현지의 골목 식당이나 숨은 맛집을 찾는 쪽이 훨씬 특별한 경험 아니냐고 말이지요. 그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맥도날드를 갑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익숙한 공간에서 낯선 메뉴를 마주하는 재미, 또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그 나라의 문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맥도날드는 각 나라의 입맛과 문화에 맞춘 현지화된 브랜드로 변화했습니다. 맥도날드를 가보면 현지의 특성이 잘 담긴 메뉴들을 팔고 있습니다.
UAE 맥도날드에서 팬매되고 있는 맥 아라비아 포장지. (사진=이승재 기자)
가장 최근 먹어본 메뉴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맥 아라비아’입니다. 이슬람 문화권의 종교적 특성을 반영해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를 쓰고, 햄버거 빵이 아닌 난에 재료를 감싸 샌드위치처럼 만든 메뉴였습니다. 또 다른 예로 캐나다의 ‘맥랍스터’가 있습니다. 캐나다가 세계 랍스터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주는 메뉴로 현지의 특색을 살린 이색 햄버거입니다. 이 밖에도 마카오의 ‘마카로니 수프’, 필리핀의 ‘치킨과 라이스 세트’처럼 그 나라의 식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메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맥도날드는 오늘날 글로벌화와 지역화라는 두 흐름이 공존하는 공간이 됐습니다.
과거 맥도날드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까지 30분 넘게 걸리던 당시 외식 문화의 문제를 단 30초로 단축시키며 최초로 패스트푸드의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빠른 음식’에서 나아가 ‘문화를 빠르게 맛보는 경험’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그라고 그 안에는 정체성에 대한 존중이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익숙한 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