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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요“
입력 : 2025-06-09 오후 7:53:16
지난 1일 한 야외 콘서트장을 찾았습니다. 라인업을 미리 확인하고 인파를 걱정하면서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도 넓은 부지 덕인지 생각보다 관람인원이 밀집해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폈습니다.
 
지난 1일 인천 인스파이어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낮엔 작열하는 태양에 어지러움을 느껴야 했지만 저녁이 되니 이내 기온이 떨어져 선선해졌습니다. 적당한 인원과 적당한 온도가 쾌적하게 공연을 보기 딱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노래를 따라 부르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 가수만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막바지 순서인 이 가수는 분위기 반전을 원했습니다. 신나는 노래를 준비했노라며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으레 있는 일이었습니다. 잔잔한 멜로디에서 빠른 템포의 음악을 준비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일은 누구나 예상할 법한, 빠지면 서운한 일입니다.
 
수줍음이 많은 이 가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일어설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고주파를 담은 목소리로 '네'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현장에는 여러 목소리가 섞여 들렸습니다. 가수는 다시 한번 물었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네'와 '아니오'라는 답변이 혼재됐기 때문입니다. 당황한 이 가수는 다시 물었습니다. 민폐가 되지 않는다면 일어섰으면 좋겠다는 식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러자 다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위험해요." 화들짝 놀란 가수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다며 다급히 일어서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위험해요'라는 답변에 놀란 것은 가수뿐만이 아닙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어설 준비를 하고 뛸 준비를 하던 제게 그 대답은 제가 찾았던 모든 공연 현장을 통틀어 처음 들어본 소리였습니다. 그것도 이렇게 여유로운 야외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 추측이지만 이태원 참사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압사한 참사가 청년들 가슴에 아프게 새겨졌던 것입니다. 공연장에 있던 인원의 절반가량이 위험을 인지할 정도로 말입니다. 이들 덕에 저도 다시 그때의 안타까움을 되새겼습니다. 유희 대신 안전을 먼저 챙기는 모습도 꼭 염두에 둬야겠다고 저는 다짐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제가 다룰 일이 있다면 그들의 트라우마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꼭 고려하겠다고 말입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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