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was luck founded by vision(그건 비전에 기반한 행운이었다).”
엔비디아의 성공이 행운이었냐는 질문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챗GPT가 등장하고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가장 큰 수혜자입니다. 그래픽카드를 만들던 기업이 어느날 갑자기 세계 시총 1위가 됐으니 믿기 어려울 법하기도 합니다.
‘비전에 의한 행운이었다’는 젠슨 황의 말은 자신을 둘러싼 의심에 대한 조용한 반박이자, 그의 경영 철학을 압축한 표현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단지 운이 좋아서 시총 1위에 오른 기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엔비디아에 운이 따랐다는 말이 전적으로 틀린 것은 아닙니다. AI 시대를 연 것은 젠슨 황이나 엔비디아가 아니라, 알파고로 이세돌 9단을 꺾은 구글 딥마인드였고, 챗GPT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협업이 만든 성과였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엔비디아는 그들의 성취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 조력자였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기회를 알아보고 놓치지 않을 준비를 누가 하고 있었느냐는 점입니다. 젠슨은 몇 번이나 휘청거리던 회사를 지켰고, 이를 위해 한국 용산전자상가까지 가서 자사 제품을 사용해달라며 발품을 팔았습니다. 딥러닝의 필수 부품인 GPU를 1999년에 제작하는 등 AI 생태계에서 엔비디아가 빠질 수 없는 구조를 수십 년에 걸쳐 준비했습니다. AI 산업의 큰 물결이 자신들을 피해 가지 않도록 오랫동안 흐름을 읽고 기반을 다져온 것입니다.
결국 행운을 기회로 바꿀 준비가 돼 있던 기업이 엔비디아였습니다. 젠슨 황은 그 준비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