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이 개화기인 동백나무에겐 동박새라는 친구가 있다고 합니다. 곤충이 활동하기 이른 시기에 동박새가 동백나무에 꽃가루받이 역할을 해준다고 하는데요. 동박새는 동백꽃에 다가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고, 동백나무는 동박새에게 꽃의 꿀을 제공합니다.
보통 이런 관계를 우리는 공생관계라고 부릅니다. 한쪽에만 이득이 쏠린다거나 한쪽이 이득을 취하면 다른 한쪽은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닌, 참으로 공평해 보이는 관계이자 지속가능한 관계인 셈이죠.
SK텔레콤 대리점.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SK텔레콤 해킹 사태 속 SK텔레콤과 대리점 간 관계가 와해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이들은 분명 공생관계였습니다. 물론 힘의 균형은 다를 수 있지만 말이죠. SK텔레콤은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선 영업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비대면 개통 등이 활발해지면서 대리점 역할이 예전 대비 축소되긴 했지만, 과거 대리점 수가 통신사 개통 수로 이어지던 시기에는 특히 이를 유지해 줄 영업망이 필수적이었습니다.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가 직영 대리점을 대대적으로 늘린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였죠.
대리점들은 SK텔레콤 브랜드를 내세우며 세를 키웠습니다. 과거 통신이 황금알로 불리던 시기에는 대리점주들 중 현찰 부자들이 상당했다는 것이 지금 대리점 사장님들이 공공연히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SK텔레콤 브랜드에 본인들의 영업력을 더해 삶을 꾸려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공생관계는 와해 위기에 놓였습니다. 회사는 켜켜이 쌓인 이슈 속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습니다. 대리점들은 보상안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아직 가늠하기는 힘듭니다. 과거 이들은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는 관계가 아닌 동백나무와 동박새 같은 관계였습니다. 항상 서로 맞았던 것은 아니었겠지만, 서로에게 맞춰주며 이득을 취해왔습니다. 지금의 보상안에만 갇혀 사태를 보기보다는 산업적 관점에서 동백나무와 동박새의 시각으로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