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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섬의 눈물
입력 : 2025-06-02 오후 11:57:17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2년 전 경기 시흥시 정왕동 '거북섬'을 여러 차례 방문한 적 있습니다. 거북섬 내 한 상가 수분양자의 제보를 받아 현장을 둘러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당시 아파트와 생활숙박시설이 완공 단계에 있었고, 휘황찬란하게 지어진 상가도 즐비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인프라를 채울 사람은 없었습니다. 새 건물에 텅 빈 도시 그 자체였습니다.
 
거북섬이 속한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는 시흥·안산시 시화호 북측 간석지 일대에 조성됐습니다. 지난 2007년 건설교통부의 실시 계획 승인으로 사업이 본격화됐고 착공도 이뤄졌습니다. 사업비는 3조6408억원에 달합니다.
 
당초 첨단·벤처산업단지와 관광·휴양을 즐길 수 있는 '첨단 복합단지'를 목표로 했으나 현재 '반쪽 개발'에 그쳤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급경색으로 충격파를 맞으면서 개발사업은 지연됐습니다.
 
유동인구 증가 요인으로 여겨졌던 대관람차 사업은 멈춰 섰고, 한때 '반얀트리 호텔'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졌던 부지는 주인을 찾지 못해 여러번 공매에 부쳐졌습니다. 인공서핑장인 '웨이브파크' 등 일부 시설만 들어섰습니다.
 
지난 2023년 5월 촬영한 경기 시흥시 정왕동 거북섬 일대 상가 공실 모습. (사진=김성은 기자)
인프라 완성이 좌초되고 접근성 문제와 약한 배후수요로 거북섬은 아직도 '죽은 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지경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상가 수분양자에게 돌아갔습니다. 개발 호재를 믿고 수억원에 달하는 상가를 계약한 사람들은 속이 타들어 갔습니다.
 
물론 부동산 투자는 개인의 판단에 의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 상가 수분양자는 "민관사업에서 벌어진 일인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 분통이 터진다"고 가슴을 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21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거북섬이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세에서 경기도지사 시절 거북섬 내 웨이브파크 조성을 자신의 성과로 언급했고, 국민의힘이 "폐업으로 눈물 흘리는 자영업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받아치며 정쟁으로 비화됐습니다.
 
개발사업이 모두 흥행할 수 없을뿐더러 그 책임이 어느 한쪽에만 있는 것도 아닐 겁니다. 다만 거북섬 실태를 눈으로 보고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무책임한 처사에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곧 정해질 차기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개발사업이든 다른 정책이든 '거북섬의 눈물'을 다시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무책임한 행정에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국민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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