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올해 들어 서울의 전세 시장에서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셋값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요. 특히 전세 위주였던 임대차 시장이 점차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는 양상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서울의 전세 매물은 약 2만59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석 달 전보다 10%, 한 달 전과 비교해도 약 5%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계절적 요인으로 보기 어려우며, 다양한 구조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무엇보다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신규 아파트 공급의 감소입니다. 서울의 새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사비 급등과 각종 규제 등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자연스럽게 전세로 유입될 수 있는 매물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죠. 임대차2법 역시 전세 매물의 회전율을 크게 떨어뜨렸죠.
전세 물량이 줄어들수록 중산층과 서민의 주거 안정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세는 일정 금액만 준비되면 장기간 거주가 가능해 주거비 부담이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월세는 매달 고정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소비 여력도 줄어들기 때문이죠. 실제 연구에 따르면, 월세 가구의 경우 주거비와 공공요금이 전체 소비 지출의 25%를 넘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임대차 규제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습니다. 임대차 2법의 긍정적인 취지는 살리되, 그로 인한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공급 확대 및 유연한 정책 대응이 병행돼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전세는 점차 구하기 어려운 주거 형태가 될 것이고, 월세는 일상적인 거주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이는 특히 청년, 신혼부부, 서민층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전셋값의 등락만을 지켜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공급 전략과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통해 주거 시장의 안정성과 다양성을 확보해야 할 때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