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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나요?
입력 : 2025-06-02 오후 2:51:52
1년의 절반이 흘렀습니다. 세월을 핑계 삼아 예전 회사 동료와 오랜만에 약속을 잡았습니다. 기자였던 그는 개발자로 전향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던 그는, 지금 퇴사하고 또 다른 회사로 이직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내 푸드코트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신의 근황을 얘기하면서 그는, 40통 넘게 이력서를 보냈지만 한 군데서도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없었다며 자조적으로 웃었습니다. 말끝은 가벼웠지만, 씁쓸함이 묻어 나왔습니다.
 
"요즘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 기업들이 사람을 안 뽑아. 조만간 좋은 데가 나타날 거야"라고 다독였습니다. 크게 위로가 되는 말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 취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백 통이 넘는 이력서를 넣고 연락조차 받지 못했던 시간들이 스쳤습니다.
 
그즈음 친한 대학 선배를 붙잡고 ‘연락이 오는 곳이 어떻게 한 군데도 없을 수가 있나’라며 토로했을 때, 선배는 뜬금없이 말했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니?" 이유 없이 그 말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위로하려 애쓴 말들보다 ‘밥부터 먼저 챙기라’는 그 한마디가 바닥을 치던 제 마음을 어루만져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지?’ 친구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그제서야 우린 식어가던 쌀국수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한 위로는 아니었지만, 그 한마디와 한 끼가 서로에게 조용한 응원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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