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이제는 우리가 당할 차례"
입력 : 2025-05-30 오전 9:59:12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2006년에 어쩌다가 남아공(남아프리카공화국)의 뉴스를 접할 일이 있었습니다. 남아공의 백인이 방송 카메라를 향해 "이제는 우리가 당할 차례"라고 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남아공은 흑인이 전체 인구의 약 90%를 차지하지만, 백인 정부가 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로 다수 흑인을 탄압한 과거사가 있는 나라입니다.
 
이후 1994년부터 흑인인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이후부터 남아공은 백인들을 학살하거나, 재산 몰수 후 추방하는 대신에 흑인과 공존하게 하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르트헤이트 등의 '후폭풍'이 너무 큰 나머지, 흑인 상당수는 여전히 가난합니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 초점은 흑인에 대한 지원에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복지나 지원의 초점이 국내 90% 정도를 차지하는 집단을 향해있으니, 어찌 보면 재정 등에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기조는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키게 됩니다. 차별 정책이 있을 때 백인들이 수혜를 입기도 하고, 개중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 나온 건 사실이지만, 백인 중에도 빈곤층이 존재합니다. 인구의 10% 정도 되는 백인이 모두 부자일 수는 없는 겁니다. 백인 빈곤층은 흑인 빈곤층에 상대적으로 더 신경 쓰는 남아공 정부가 너무 편향됐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겁니다.
 
"이제는 우리가 당할 차례"라고 말한 남아공 백인은 빈곤층이었습니다. 과거에는 백인 정부가 흑인들을 괴롭혔는데, 이제는 흑인 정부가 백인들을 괴롭힌다는 뉘앙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 뉴스의 결론은 당시 남아공 대통령이 저 백인을 일대일로 만나서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아공 내 백인 학살이 있다고 주장하는 걸 보고 2006년의 저 뉴스가 기억났습니다. 트럼프의 주장이 백인 빈곤층을 가리키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이 남아공 백인들을 난민으로 받아줬는데, 빈곤층은 얼마나 있는지 일각에서 의심하는 대로 부자가 많이 간 건지도 궁금해집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대선 사전투표가 이뤄지는 가운데, 본투표도 얼마 안 남은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정치 보복을 하니 하니 하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한국은 정치보복이 저 위에 있는 높으신 분들을 건드리니 하니 하는 문제여서 다행인 걸까요?
 
만약에 정치 보복이 의미하는 바가 일반 국민에게 보복하느니 마느니 하는 의미가 되면 끔찍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한국 국민 중 누군가는 "이제는 우리가 당할 차례"라고 자조하거나, "이제는 너희가 당할 차례"라며 과격분자가 되는 일들이 벌어질 겁니다.
 
정치 진영에 따라 국민들이 양극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세월이 한참 지났습니다. 최소한 부디 국민끼리는 내전을 하는 일이 없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신태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