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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대화는 두 번째 질문부터
입력 : 2025-05-29 오후 8:49:50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우리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애씁니다. 얼마나 인상 깊은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질문 목록을 정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화는 ‘첫 번째 질문’에서 멈춰버립니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그다음, ‘두 번째 질문’부터 시작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첫 번째 질문은 대개 질문을 받는 사람도 준비가 돼 있습니다. 머릿속에 미리 자리 잡은 답을 꺼내 놓게 됩니다. 하지만 그 대답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은 다릅니다. 이때부터 답변자는 멈칫하게 됩니다. “내가 방금 한 말은 정말 내 생각일까?” “내 말의 근거는 뭘까?” 거기서부터 생각이 시작됩니다. 말이 비로소 '깊이'를 갖게 되는 겁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 두 번째 질문을 불편해한다는 점입니다. 질문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실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머뭇거리게 됩니다. 특히 공적인 자리일수록 분위기는 더욱 경직됩니다. 주주총회, 컨퍼런스콜, 토론회·세미나 같은 곳에서 질문은 늘 ‘절차’ 안에 갇혀 있습니다. 평등이라는 명분 아래 ‘한 사람, 한 질문’의 원칙을 따르며, 그 이상의 질문은 꺼립니다. 평등과 예의를 앞세우지만, 정작 대화의 본질은 닫아 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다 보면 ‘자유로운 소통’, ‘깊이 있는 토론’, ‘진심 어린 대화’를 위해 직급을 없애고 ‘님’ 호칭을 도입한 사례들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런 변화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정작 우리가 기대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꼬리 질문이 불편하지 않게 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아닐까요. 챗GPT 시대 속에서 인간의 창의성이 더욱 요구되는 지금, 그런 질문에 조금 더 너그러워져 보는 건 어떨까요?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박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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