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 스마트폰을 열면 어김없이 뉴스 앱에 속보가 뜹니다. 예년에는 뉴욕증시 시황 관련 소식이었다면, 올해 들어서는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매일 아침을 장식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들입니다.
(이미지=챗GPT)
쉴 틈도 없이 그는 깜짝 놀랄 만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기 행정부가 들어서고 초기에 잠깐일 줄 알았던 그의 거칠고 변화무쌍한 발언들은 상반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제 아침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매번 발언의 내용도 바뀌어서 관련 정책에 대해 살펴볼 때마다 혼란스러울 지경입니다. 마치 SNS를 처음 접한 이용자가 미처 파급력을 생각하지 못하고 기분에 맞춰 실시간으로 자신의 감정을 토해낸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저는 이 정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만 기업들은 벌벌 떨고 있습니다. 그의 당선 직전부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중소기업들은 내내 안절부절 어찌 할 줄 모르는 형국입니다. 자국 우선주의가 다른 나라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모습인데요. 관세 문제에 대해 물을 때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한숨을 내쉽니다. 매일 그의 발언을 모니터링하면서 어떤 방향을 세워야 할지 고민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일 바뀌는 그의 발언 내용 때문에 기업들이 세우는 대비책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예상을 할 수가 없어서…"라고 대다수가 말합니다. 아무리 좋지 못한 상황이더라도 가늠이나마 할 수 있다면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텐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한 기업 관계자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저에게 간곡히 요구합니다. 그 어떤 발언도 할 수가 없다, 제발 숨죽이고 있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기사에 조금이라도 언급이 됐다가 괜히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잠자코 있으면서 그의 눈에 띄지 않고, 그의 관심을 벗어나는 것이 우리 중소기업의 소망이 됐습니다. 한국에서 수입이 많이 되는 품목으로 꼽혀 그의 눈 밖에 나는 순간 관세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중소기업 중에서는 특정 산업 영역에서 미국 내 최상위권으로 활약하는 기업들이 꽤 있는데요. 그동안은 대한민국 기업의 제품이 미국에서 다른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더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크게 밝혀 기사를 쓰곤 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중소기업이지만, 사실 내수 기업이 아니라 수출 비중이 더 높은 기업이고, 그것도 미국에서 다른 기업들을 제치면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하지만 그가 집권하는 동안은, 적어도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고 조용해지기 전까지는, 칭찬도 자제해야 하는 분위기가 됐습니다.
국내 대선 국면까지 겹친 요즘, 기업들은 지도자의 정치적 성향마저 중요치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당초 지지하는 당이 있던 기업인들도 이제 바라는 바는 오직 관세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해줄 후보자가 당선되는 것이라 강조합니다. 아니, 당적은 물론이고 누가 되든 상관없으니 제발 한미 관세 문제를 우선해서만 풀어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는 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