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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전세, 좋기만 할까
입력 : 2025-05-26 오후 5:51:28
서울 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저출산과 신혼부부 주거 문제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 장기전세주택 사업 '미리 내 집'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4차 모집에서는 평균 경쟁률이 무려 64.3대 1이었고 일부 단지는 759.5대 1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이 뜨거운 반응은 한편으로 심각한 공급 불균형을 보여줍니다. 
 
서울시가 올해 공급 목표로 제시한 3500가구는 겉보기에 꽤 많은 수처럼 보이지만, 무주택 신혼부부 전체 수요에 비춰보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예컨대, 올림픽파크레온 49㎡형은 171.3대 1, 청량리 해링턴 플레이스 59㎡형은 3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좋은 정책이 일부에만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단순한 공급 부족에 그치지 않습니다. 진입장벽 또한 높습니다. 서초구 메이플자이 43㎡가 6억8000만원, 래미안 원펜타스 59㎡는 9억7000만원 수준입니다. 일반 전세 시세 대비 저렴하다고는 하나, 주택도시기금 전세자금 대출 한도인 4억원을 훨씬 초과합니다. 결국 실질적인 지원 없이 이 제도에 접근 가능한 사람들은 부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특정 계층뿐이며, 서민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미리 내 집'의 구조적 한계는 장기 임대라는 성격 그 자체에 있습니다.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은 확보되지만, 자산 형성에는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못합니다. 2자녀 이상 출산 시 시세의 80~90%에 우선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해도, 앞서 언급한 높은 분양가를 감안하면 여전히 부담스럽습니다. 신혼부부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사는 집'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장기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내 집'입니다. 20년 후 다시 주택시장으로 내몰려야 한다면 실질적인 주거 안정 대책이라 할 수는 없죠. 
 
지속가능성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장기전세주택 공급은 현재로선 서울시가 주도하고 있는데, 이 같은 단독 추진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서울시 내 개발 가능한 토지와 공공 매입 여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향후 물량 확보조차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따라서 장기전세가 진정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공급을 대폭 확대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LH는 물론 민간 건설사와의 협업 등 중앙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 요구됩니다. 또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책 보완이 절실합니다. 전세대출 한도 역시 현실에 맞춰 상향 조정돼야 겠죠. 이와 더불어 단순 임대에 그치지 않고 소유로 전환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로를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장기거주와 일정 소득 기준 충족 시 분할 매입을 허용하는 방식 등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주거는 생존의 문제이자 출산과 양육의 전제조건입니다.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 누구나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주거정책이 마련 돼야 '미리 내 집'이 진짜 '내 집'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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