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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과 황혼
입력 : 2025-05-26 오전 8:44:04
새벽의 어스름을 좋아합니다. 그 시간 속에 있으면 묘한 착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새로운 하루의 시작인지, 전날 밤의 연장선인지 애매하고 혼란스럽습니다. 길가의 가로등은 아직 켜 있지만, 새들은 이미 지저귀기 시작합니다. 빛과 어둠이 겹쳐져 있는 그 경계의 시간.
 
새벽 산책 중 찍은 가로등
 
그런 모호함이 좋습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 텅 빈 길을 목적지 없이 걷다 보면 낮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차가운 공기, 느린 바람, 나만 알고 싶은 풍경들.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는 오히려 사소한 것들이 더 선명해집니다. 그래서 새벽의 산책을 좋아합니다.
 
불확실함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새벽 산책에서 자주 느낍니다.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아직 선택지가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길이 맞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빛과 어둠이 교차한다는 점에서 황혼도 좋지 않나요?”
 
황혼보다는 새벽이 좋습니다. 혼란스럽기로는 다를 바 없지만, 새벽은 결국 빛을 향해 나아가는 시간입니다. 황혼은 이제 어두워질 일만 남았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빛이 사라지기 직전의 찰나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 다음엔 기나긴 어둠 뿐입니다.
 
새벽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밝아집니다. 지금은 흐릿하지만, 곧 길은 또렷해지고 세상은 다시 생명력으로 가득찬 하루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편해집니다.
 
가능성을 품은 시간, 새벽이기에 그 안을 걷는 것이 좋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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