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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 한 장에 담긴 마음
입력 : 2025-05-23 오후 2:01:56
개어진 수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며 더 자주 씻는 탓에 새 수건을 꺼내다 시선이 수건에 닿았습니다. 그러다 어떻게 수건들은 항상 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빈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개어진 수건들이 욕실 선반에 놓여 있다. (사진=오세은 기자)
 
그러자 매일 아침·저녁으로 수건들을 훌렁훌렁 쓰고, 바로 빨래통으로 집어 던지는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무심코 깨끗한 수건을 한 번만 쓰고 던진 저의 모습과 수북이 쌓인 수건들을 돌리고 개는 부모님 모습이 겹치면서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욕실 선반 위에 뽀송뽀송한 수건이 항상 채워져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건들이 다시 그 자리에 놓이기까지는 빨래감을 세탁실로 옮기고, 거기서 다시 수건만을 분류해 세탁하고 개는, 어머니의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힘들다는 말 한번 한 적이 없으십니다. 더욱이 어쩌다 주말에 빨래를 돌리고 개려고 해도 손사래를 치시며 들어가서 쉬라는 말씀만 하십니다. 결혼하면 하기 싫어도 해야한다는 말씀을 덧붙이시면서요.
 
빨래는 못해도 수건은 제가 개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잘 마른 수건을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갤 때, 마음은 평화롭습니다. 삶이란 이렇게 누군가를 위해 매일 수건을 빨고 개는 일일 지 모른다고 그 수건은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번거롭고 사사로운 일을 말없이 반복하는 것, 거기에 삶의 경건함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수건 한 장이 가르쳐준 깨달음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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