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시즌 한국 프로야구판을 뒤흔든 돌풍의 주역이 있습니다. 지난해 66승 2무 76패로 시즌을 마감(8위)한 한화이글스와 66승 4무 74패(7위)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롯데자이언츠가 그 주인공인데요.
2019년부터 작년까지 이글스가 기록한 순위는 10개 구단 중 9위-10위-10위-10위-9위-8위. 같은 기간 자이언츠의 순위는 10위-7위-8위-8위-7위-7위에 이릅니다. 이렇다 보니 리그에서 '만년 약체팀'을 논할 때 두 구단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데요. 순위만으로도 처참한데 두 구단을 슬프게 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봄'입니다.
정말 이례적으로 지난 시즌 이글스의 시작은 좋았습니다. 2024시즌 이글스는 1군 진입 이후 처음으로 개막 10경기 승률 80%를 기록, 1위를 차지했죠. 다만 이후 연패에 빠져 예년과 비슷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봄레발(봄 + 설레발) 수식어가 붙은 구단이 돼버렸습니다.
자이언츠 쪽 '봄'의 역사는 더 깁니다. 자이언츠는 봄철에 열리는 시범경기에서 호성적을 기록하다가도 정규시즌에 들어가면 무너지며 하위권에 맴도는 상황이 잦았는데요.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라는 비아냥이 자조적인 의미로 쓰일 정도였죠. 이러한 '봄데' 패턴의 시작은 1986년이었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도 유사한 순위 변동을 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올 시즌 이글스와 자이언츠는 20일 기준 각각 29승 18패로 2위, 28승 2무 19패로 3위를 기록 중입니다. 개나리가 지고 수국이 이르게 고개를 내밀었지만, 예년과 다르게 두 팀은 아직 시들지 않았는데요.
팀 순위 외에 확인할 수 있는 변화는 또 있습니다. 시청률 조사기업 AGB닐슨 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한국프로야구의 시청률은 1.151%를 기록,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5% 상승했습니다. 관련 부문 최상위권에는 이글스가, 자이언츠도 3~4위를 차지하며 시청률 상승에 견인했습니다.
두 팀의 분전으로 팬들의 야구장 직관(직접 관람) 비중도 크게 늘었습니다. 이글스는 홈 기준 18경기 연속 매진 대기록을 세웠고 자이언츠도 최근 11경기 연속 매진으로 기록을 썼습니다. 이에 한국프로야구는 지난 18일 역대 최소 230경기에 400만 관중을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죠.
그동안 하위권의 이유를 찾는 게 익숙했던 독수리와 거인. 이제는 기록으로 자신들의 봄을 증명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