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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증
입력 : 2025-05-20 오후 11:42:4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말더듬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옵니다. 특별히 어려운 말을 해야 해서가 아녜요. 그저 목구멍에서 '윽', '윽' 소리가 올라올 뿐이죠. 말더듬증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일단은 다른 말을 찾아야 합니다. 
 
영화 '킹스스피치'의 한 장면. (사진=화엔담이엔티)
 
1초도 안되는 시간 동안 머리가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이때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동의어로 바꿔치기(버스표→차표), 돌려 말하기(숙제 있냐→뭐 할 것 있냐), 다른 말 앞세우기(졸려 죽겠다→아이고 졸려 죽겠다).
 
전문 용어로는 '회피 행동'이라고 하더군요. 더듬지 않기 위한 부단한 노력. 별 거 아닌 한 마디 말을 위해 순간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위기를 모면하고 나면, 무력감과 좌절감이 몰려옵니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구나' 싶어서요.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느낌. 일상이기에 익숙하지만, 더러운 기분인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점점 더 심해져요. 텍스트 기사를 마감한 후엔 영상뉴스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1분짜리 대본을 녹음하는 데 30분이 넘게 걸립니다. 
 
녹음부스에 아무도 없으면 다행입니다. 방송 전문 기자들이 막힘없이 또박또박 멘트를 읽어 내려가고, 그 옆에서 한 문장을 붙잡고 버벅거리는 저는 점점 작아집니다. 작아지다 못해 사라지고 싶어서 벽에 머리를 박습니다.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은데 왜 그런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건대, '나'의 존재를 목구멍을 통해 세상에 꺼내 놓기가 두려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메시지를 내놓질 못하니 받아들이는 데에도 애를 먹습니다. 난독증도 있거든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글을 읽어야 하는데, 어떻게든 해내야 하니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글 하나에 수십 번의 클릭을 합니다. 
 
그렇게 삽니다. 말더듬증에 난독증까지 있는 기자라니 꽤나 재미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죠.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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