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장미의 계절입니다. 서울에서 동두천으로 향하는 도로 위에서 길가에 활짝 핀 장미를 보니 과연 계절의 주인공다웠습니다. 분홍, 빨강, 주황, 노란색의 장미꽃을 보며 한참을 탄복했습니다. 어떤 자치구가 이렇게 잘 가꿔놨나 하며 지도를 찾아봤더니 중랑구였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중랑구에서 열린 '중랑 서울장미축제'에 장미가 활짝 펴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9년 전인 2016년 저는 중랑구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중랑 서울장미축제'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예쁜 축제'라는 슬로건답게 어마어마한 장미 양에 일단 놀라고 터널, 조형물, 축제장 밖까지 꾸며진 모습을 보며 저는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때 썼던 글을 보니 '버릴 사진이 없다'고 돼있네요.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저는 5월만 되면 중랑구를 자연스레 떠올릴 정도로 아름다운 장미=중랑구라는 인식이 배어 있습니다.
이번에 우연치 않게 길을 지나가다 본 장미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바로 중랑구로 향했습니다. 17회를 맞은 축제에 9년 전에는 보지 못했던 대기업 협찬도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신차를 비롯해 차량 3대가 축제장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홍보를 하고 있었습니다. 장미를 배경으로 한 사진 행사도 함께였습니다. 예년보다 늘어난 인파에 휩쓸리면서 다양한 이벤트도 체험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저는 한번 가봤던 축제를 또 가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해를 거듭해도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르더군요. 규모 자체가 달랐습니다. 수많은 체험 부스, 먹거리 부스가 새롭게 생겼습니다.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하고 다른 콘셉트로 포토존을 만들어 보는 곳마다 다채로운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만보 넘게 걸었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곳곳에 즐길거리를 설치해 뒀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나와 홍보하며 혜택을 제공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특별시여성능력개발원은 상담 버스를 운영하며 상담과 함께 면접용 증명사진을 찍어주는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버스에 오르자 한 중년 여성이 상담을 받으며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잊고 살았던 자신의 삶, 능력에 대해 돌아보고 기회를 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했습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도 행사장을 찾아 구민들과 소통했습니다. 점잖은 무대 인사 대신 깜찍한 이름표를 달고 주민들과 웃으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구민들이 구청장을 둘러싸고 의기투합하는 모습에 주변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중랑구에는 이렇다 할 기업이나 핫플레이스를 찾기 어렵죠. 대형 상권보다는 동네 상권이 더 많은 곳입니다. 이런 중랑구에 중랑 서울장미축제는 지역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17회를 거듭하며 발전한 만큼 내년, 내후년이 기대되는 축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