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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밥을 차려준다는 일
입력 : 2025-05-19 오후 6:43:07
“이거 어떻게 해야 해?” 자잘한 집안일을 두고 아내와 얘기하곤 합니다. 근 30년 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캥거루족이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본가에서 방청소나 설거지 등 간단한 일만 담당해왔지 배수구 청소나 냉장고 냄새 제거와 같은 고난도(?) 살림은 부끄럽게도 어떻게 해야할 지 늘 고민입니다. 유튜브가 없었으면 어땠을 지 가관입니다. 
 
며칠 전 좋아하는 요리를 해준다던 아내가 식칼에 손이 베였습니다. 유튜브 조리법은 따라할 수 있었지만 노련한 칼질까지는 쉽지 않았던 것입나다. 아내와 곧장 병원에 갔는데 다행히 꼬매지 않아도 된다고 해 안도했습니다.
 
예비 신부가 요리하는 과정을 예비 남편이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가상 이미지. (사진=챗 GPT)
 
집으로 가는 길, 문득 어머니의 밥이 떠올랐습니다. 당연하게 여겼지만 어머니의 손에도 얼마나 많은 상처가 났었을까 싶었습니다. 누군가의 밥을 차려준다는 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양념하고 간을 보는 모든 과정에 남모를 수고가 담겨 있던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난 누군가에게 그렇게 애를 써본 적이 있었나 부끄러웠습니다. 밥을 지어 먹이는 일은 세상을 길러내는 일이었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여 드려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유튜브에 기대서 말입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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