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대통령 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 모두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덕분에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모처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일부 단지에선 호가가 오르고 거래도 소폭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꺼림칙합니다. 방향성을 확신하기엔 거래가 부족하고 정책 또한 투자수요를 이끄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너도 나도 ‘세종시행’ 약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을 만들겠다고 발언한 게 지난 3월입니다. 실제로 이 발언은 지난 10일에 공개된 민주당 공약집에도 담겼습니다.
올해 초부터 충청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옮기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군불을 지핀 것은 대선 예비후보로 나선 김경수 전 의원과 김동연 경기도지사였습니다. 여기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갈수록 세종시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지자 결국 3월6일 이재명 후보가 동조하는 의견을 보탰습니다. 무게감이 실린 유력 후보의 발언에 세종시가 이슈화됐고 급기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마저 세종시로 국회와 정부를 완전히 옮겨 수도를 이전하자는 공약을 내세우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의 발언만 보면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헌법을 고쳐야 하는 수도 이전은 몰라도 정부와 국회는 세종에 자릴 잡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에 세종시 부동산, 콕 찍어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일부 단지에서 실거래가가 상승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실제로 호가도 올랐고 거래도 소폭이지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행정수도 이전이 이슈였을 당시 뜨거웠던 열기가 다시 나타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이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걸었다. 김 후보가 16일 세종시 국회 세종의사당 부지 입구에서 행정수도 공약 발표를 하기 전 대학생 당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 꾸준히 증가
세종시 아파트 연간 거래량을 보면, 수도이전 기대감에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0년 9404건으로 최고 기록을 썼습니다. 2021년엔 3610건으로 급감했고, 2022년엔 2391건으로 더 감소했습니다. 이후 2023년 4815건, 2024년 4476건으로 회복세를 그렸습니다.
2025년엔 벌써 2838건입니다. 1월 301건, 2월 374건, 3월 775건, 4월 1060건 등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거래량만 보면 추세가 뚜렷하진 않아도 기대감이 근거 없어 보이진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기에 좋은 방법은 해당 지역에서 대장아파트 노릇을 하는 단지 몇 곳의 시세와 거래량 변화를 확인하는 것인데요. 세종시에선 누가 대장이라고 특정하기가 애매합니다. 단 전용면적 84형 이른바 국평(국민평형) 기준으로 시세가 가장 높은 곳을 보자면 금강 북쪽의 나성동 주상복합아파트 그중에서도 나릿재마을 2단지 리더스포레가 표본이 될 수 있을 만합니다.
나릿재2단지 리더스포레는 2021년 준공해 이제 만 4년이 되는 최고 48층 신축 주상복합 아파트입니다. 1000세대가 안 되는 845세대 중형 단지이지만 정부 세종청사와 가깝고 나성초등학교, 나성중학교를 끼고 있고, 세종호수공원과도 가까워 거주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이 단지에선 1월 한달 거래(실거래 신고)가 모든 평형을 통틀어 1건뿐이었습니다. 2월에도 4건에 그쳤는데 3월에 7건으로 늘었고, 4월엔 10건으로 증가했습니다. 5월엔 16일 현재 2건입니다. 일반적으로 자녀의 방학기간을 감안해 개학 전에 이사가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2월보다 3월, 3월보다 4월에 거래가 더 증가한 것은 일상적인 요인 외에 외부 변수가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실거래가 추이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국평 기준 3월엔 8억대 거래가 대부분이었는데 4월엔 9억원대 중후반까지 올랐고 5월엔 11억 실거래가 찍혔습니다. 나중에 취소되는 시세 띄우기 낚시 거래가 아니라면, 거래와 가격이 함께 오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부청사와 조금 더 가까운 어진동 한뜰마을 6단지 세종중흥S클래스센텀뷰도 흐름은 비슷합니다. 2021년 9월에 입주한 주상복합이고, 단지 규모는 576가구로 더 적지만 1월에는 없던 실거래가 2월에 4건, 3월 6건, 4월 8건으로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국평 실거래가격도 7억대에서 4월에 8억원대를 확실하게 찍고 9억원대까지 신고됐습니다. 현재 호가는 8억원대에서 10억대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습니다.
준신축 인기단지 아직 ‘뜨뜻미지근’
이들 외에 세종시에서 실거주로 인기가 있는 5~10년차 대단지들은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올해 세종시 거래량 순위에선 종촌동 가재5단지 세종엠코타운이 65건 거래로 단연 1등입니다. 2014년 8월에 준공해 11년차가 되어가는 1940가구 대단지인데요.
시세는 들쑥날쑥합니다. 국평 기준 4억대 후반에서 5억대 중후반까지 넓게 분포돼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올해 초보다 2000만~4000만원 정도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국평보다 세대수가 더 많은 전용 59형에서는 이보다 시세 변화가 확연하게 두드러집니다. 전용 59형에선 4월에만 20건이 실거래 신고됐는데요. 가격을 보면 3월부터 4월 중반까지는 3억원대가 일반적이었지만 4월 하순부터 대부분 4억원대 거래였고 5월엔 4억6000만원까지 기록됐습니다. 올해 최고가 실거래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단지들이 전부 이런 것은 아닙니다. 거래량 2위인 금강 남쪽 소담동의 1522가구 새샘마을 2단지 한신더휴펜타힐스는 시세 변화가 크지 않습니다. 입주 5년이 넘은 다수의 단지들이 이와 비슷합니다.
결국 세종시에서도 주목도가 높은 일부 단지, 실거주용으로 인기가 좋은 일부 단지를 제외하면 가격에 불이 붙었거나 호가가 뛰고 매물이 자취를 감춘다거나 하는 현상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종시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졌고 외부의 투자수요가 유입된 흔적도 일부 보이지만 시장이 활황장으로 들어섰다고 판단하기엔 부족한 증거들입니다.
이는 세종시 관련 대선 공약이 실제로 어느 정도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과 관련이 있습니다. 항상 말은 많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설 경우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세종시 아파트 시장에 긍정적일지 여부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수도를 통째로 옮겨오지 않는 한 세종시의 인구가 크게 증가할 리 없으며 도시 중심엔 이미 공급이 마무리됐고 외곽으로만 신규 공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지역의 투자수요 없이 내부 주민들의 거래만으로 시세가 계속 오르기엔 한계가 있는데, 민주당 공약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준다는 약속도 없고, 공급은 공공주택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여전히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유효합니다. 그래서 서울, 그중에서도 주요 지역 대표 단지만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세종시 아파트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 특히 규제 완화 등이 뒤따르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