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인 15일 서울 노원구 서울동일초등학교에서 학생이 출근하는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월15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 가르침에 감사하고 존경을 표하자며 만들어진 날이지만 교실 분위기는 옛날과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스승의날을 맞아 교사 8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최근 1년 동안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교권침해를 당했다고 답했는데요.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32.7%,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32.3%로 응답률이 엇비슷하게 나왔습니다.
또 교사라는 직업이 사회에서 존중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이 8.9%로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실을 떠날 생각을 하는 교사도 많은데요.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했다는 응답이 58%나 됐습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무너진 교권'이 주목을 받았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교권 회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날 올라온 기사들을 보아도 '스승의 날'을 반기는 기사보단 '웃지 못하는', '우울한', '서글픈'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 있는데요. 교사와 학생들이 정을 나누는 분위기가 예전과 같아 보이지 않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제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스승의 날'은 옆 학급과의 은근한 신경전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어느 반이 더 신박한 이벤트를 준비하는지', '담임선생님을 감동으로 울릴 수 있는지' 등 각자의 담임선생님께 더 잘해드리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종례 이후 학급 친구들과 모여 선생님께 어떤 이벤트를 해드릴지 고민하고 선물을 구매하러 가고 롤링 페이퍼를 작성하기도 했고요.
저는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걸 모른 척하며 교무실에서 선생님을 불러오는 역할을 맡기도 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당시 제 거짓말이 너무 서툴렀다며 교실로 가는 길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 연기를 했다는 후일담을 들었습니다.
그땐 선생님이 늘 교실에 계시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그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야 교단을 지키던 모습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고도 단단했는지 새삼스레 느껴집니다. 어릴 적 그날의 따뜻한 기억은 이제, 교실의 무거운 현실과 나란히 떠오릅니다. 그때처럼 학생과 선생님이 서로를 향해 웃는 날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스승의 날'이라는 이름이, 그저 달력 속 기념일로 남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