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인간의 창작 영역을 깊숙이 뒤흔들고 있습니다. AI는 수많은 이미지, 텍스트, 음원 등을 학습해 이제는 인간처럼 ‘창작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창작 행위가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점차 현실화되는 가운데,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은 기존 창작자의 권리와 경계를 위협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AI는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AI의 무분별한 학습을 막고 창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AI의 발전 속도에 비해 법과 제도의 대응은 한참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창작자 단체가 모여 ‘AI의 무단 학습을 규탄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뜻밖의 아이러니한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해당 기자회견의 사회자가 행사 준비 과정에서 챗GPT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직접 밝힌 것입니다. AI의 저작권 침해를 규탄하는 자리에서 AI의 도움을 받았다는 고백에, 사회자 스스로도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그저 웃고 넘기기기엔 어딘가 뼈 아픈 일화입니다. AI의 위협을 경계하는 이들조차, 이미 AI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업무를 소화하는 데 이미 AI는 매우 효율적인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제는 ‘AI를 배제하겠다’는 의지도, 실무적 효율성 앞에서는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창작권 침해 논란을 넘어선, AI에 대한 의존성과 활용 사이의 고민입니다. 기술을 규제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기술 없이는 무언가를 실행을 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AI의 위협을 경계하는 이들조차 AI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현실이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