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여행이라는 이름의 경험
입력 : 2025-05-15 오전 11:00:03
“진짜 큰 경험은 여행에서 얻는 게 아니에요. 피땀 흘려 일해서 얻는 것이 가장 큰 경험입니다”
 
MBC 유튜브 '엠뚜루마뚜루' 캡처
 
코미디언 박명수씨가 지난해 7월, MBC 강연 프로그램 ‘심장을 울려라-강연자’들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의 이 말에,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는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릅니다. 여행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분명 후자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 말에 ‘여행’ 자체를 폄하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지는 않았 겁니다. ‘여행은 큰 경험이 아니다’라는 말의 진의는, 그저 아름다운 장소를 찾아가 비싼 호텔에 머물고, 근사한 음식을 맛본 뒤, 이를 사진으로 남기는 ‘인증의 행위’를 뜻했을 것입니다. 이 지점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입니다. 물론 관광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관광과 여행의 차이는 그 어원에서도 드러납니다. 관광(Tourism)은 라틴어 tornus(돌다, 순회하다)에서 왔습니다. 말 그대로 정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이며, 즐거움과 편안함을 쫓는 것입니다.
 
반면, Travel은 프랑스어 travailler(고생하다), 라틴어 tripaliare(고문하다)에서 비롯됐습니다. 여행이란 본디 스스로를 불편하게 하고, 견디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진짜 여행을 한다는 건 자기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은 삶에서 도피하는 행위가 아니라, 잠시 멈추고 외부의 자극을 통해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일상은 반복입니다. 성과를 쌓고, 책임을 짊어지며,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 애씁니다. 챗바퀴를 돌다보면 문득 떠오릅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나는 행복한가?” 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걸요.
 
여행은 그 잃어버렸던 그 질문들을 다시 끌어올립니다. 낯선 언어, 익숙하지 않은 길, 아무도 나를 모르는 도시에서, 침묵하게 됩니다. 말이 줄고 움직임이 늘 때, 내 안에 있던 오랜 감정과 생각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외로움과 불안, 막연한 두려움과도 마주하게 됩니다. 여행은 결국 자신을 만나는 과정입니다.
 
꼭 피땀 흘린 경험만 경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조용히 멈추고 내 안을 들여다보는 것도 깊은 경험입니다. 그 경험을 ‘여행’이라고 부릅니다. ‘관광’이 아니라.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박창욱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