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스타그램을 켜면 돋보기 탭이 말 그대로 '다이소 천국'입니다. 투명한 수납함, 케이블 정리 클립, 냉장고 구획 나눔통, 다용도 트레이까지. 꿀템이 또 뭐가 있을까 유심히 들여다본 결과입니다. 가격은 착하고, 생김새는 실용적이며, 기능은 제법 괜찮아 보입니다. 정리란 무엇인가. 이대로만 따라하면 나도 삶이 정돈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다이소에서만 정리템을 7만원어치나 쓸어 담았습니다. 서랍용 칸막이, 양말 정리함, 트롤리 수납 바구니, 부착식 히든 서랍, 욕실 수납 바구니까지. 분명 1000원, 2000원 짜리들이었는데 한두 개씩 장바구니에 넣다 보니 생각보다 금방 합계 금액이 커졌습니다. '그래도 이걸로 집이 바뀌면 싼 거지'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결제 버튼을 눌렀죠.
며칠 후, 물건들이 도착했습니다. 박스를 여는 순간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자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건 ‘깔끔한 정리’가 아니라, ‘정리 용품을 정리해야 할’ 위기였습니다. 예쁘고 실용적인 정리함들이 거실 바닥을 뒤덮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 아이템들을 넣을 공간이 내 집에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대로 살펴보고 사지 않아 사이즈가 맞지 않기도 했습니다.
정리란 물건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나는 배송 박스를 뜯으며 뒤늦게 떠올렸습니다. 집이 복잡한 건 수납함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물건이 너무 많아서였습니다. 애초에 버렸어야 할 것들을 버리지 못한 채, 그걸 수납함에 우겨 넣는다고 해서 정리가 될 리 없었습니다. 새로운 트레이 위에 다시 예전의 혼란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나는 문득 허탈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진짜 정리에 필요한 것은 '비움'과 '가림'이었습니다. 물건을 없애는 것, 그리고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는 것. 정리함을 사기 전에, 나는 그 물건을 정말 쓸 것인지 먼저 물어봐야 했습니다. 수납은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고, 진짜 여백은 물건을 덜어냈을 때 비로소 생깁니다. 보기 싫은 걸 예쁘게 덮는 가림의 기술, 그리고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비움의 결단이 없다면, 어떤 정리템도 내 삶을 정리해주지 않습니다.
이제 인스타 피드의 '다이소 천국'을 조금 거리를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정리하고 싶은 충동이 들면, 내 서랍 하나를 열어봅니다. 남은 칸막이와 바구니들이 그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배송 온 다이소 박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