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성인이 어머니께 ‘달걀 요리가 왜 잘 안 보이느냐’고 묻기 창피했지만, 혹 가게 살림살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필 겸 여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달걀이 몇 알 남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이상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장을 볼 때마다 달걀 90알을 사기에 부족할 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정은 이러했습니다.
지난 4월, 장을 보러 갔을 때 마트에 달걀이 품절되어 사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금 아침상에 오르는 달걀들은 3월 중순에 구입한 것이고, 어머니는 두 달 치를 한 달 분량으로 나눠 쓰고 계셨던 겁니다. 부모님과 저, 세 사람이 한 달에 소비하는 달걀 양은 약 80알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한 달에 걸쳐 소비할 80알을 두 달에 걸쳐 먹다 보니 어머니께서는 긴축에 들어가셨던 것입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느 날 아침에 달걀을 올릴지, 어느 날은 그냥 지나쳐야 할지 매번 고민하셨던 겁니다. 그 마음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습니다. 또 매일 아침, 당연하게 차려진 아침상에는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합니다.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식탁 위 빈자리는 실은 늘 가까운 누군가의 배려가 담긴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