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3월 28일 서울 서초구의 한 회의공간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주주총회에서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코 앞으로 다가온 21대 대통령 선거 결과만큼이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뉴스가 있습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이야기입니다.
10여년 전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을 통해 백종원 대표는 구수하고 유려한 입담과 털털한 이미지에 뛰어난 요리지식을 선보이며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죠. 그리고 2018년부터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계기로 '골목상권의 구세주', '외식산업의 1인자' 타이틀까지 얻어내며 점점 신격화되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그가 대표로 재직 중인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연결기준 4643억원 규모의 외식업계 대표 중견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과거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았던 방송가에서도 안대를 차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빠스'를 맞춰내는 '흑백요리사'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그런데 영원할 것 같은 백종원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를 향한 허위과장 광고·홍보 논란을 비롯해 프랜차이즈 관리 역량 부실, 예산시장과 본인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학교법인 예덕학원 사유화 논란으로 사업가로서 치명적인 이미지 손상을 입었습니다.
각종 요리 방송과 경연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며 얻어낸 '외식 전문가', '요리 전문가', '외식 컨설팅 1인자'의 이미지는 농약통 사과주스와 원산지 허위 표기, 각종 위생 논란으로 산산조각이 났죠.
여기에 본인이 누차 "나는 방송인이 아니다"라며 선을 긋는 것 처럼 보였던 방송가에서도 출연진 하차 압력까지 행할 수 있는 거대한 존재였다는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종영된 지 한참이 지난 SBS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편집해 올린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습니다. 놀라울 정도의 응집력과 방어력을 보여주던 백종원 대표의 팬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온통 백 대표를 향한 조롱이 난무합니다. "진짜 빌런은 당신이 아니었느냐"라는 투로 말이죠. 모 언론사에서는 이를 시추놀이라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높디 높은 곳에서 대한민국 외식 영토를 지배하던 백 대표는 이제 발목에 무거운 시추를 달고 끝 없는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존재로 격하되는 걸까요.
취재를 위해 만났던 한 골목식당 사장님은 작금의 백 대표를 향한 논란이 여전히 놀랍기만 하다고 조심스레 밝혔습니다. 적어도 골목식당 프로그램을 찍던 당시의 백 대표는 정말 위생과 장사에 진심이었던, 아니 진심으로 골목상권 부활을 신경쓰던 존경할만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 이리 됐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깝다는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변한 것일까요. 아니면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것일까요. 적어도 지금의 백 대표는 나는 원래 그런 사람도 아니었고 변하지도 않았다고 항변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계속 진실을 외면한다면 그의 발에 달린 시추는 더 무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