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건강재난 통합대응 교육연구단이 공개한 정신건강 조사 결과가 눈에 띕니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1%가 ‘정신건강이 좋지 않다’고 답했고, 54.9%는 ‘울분의 고통이 지속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넘는, 장기적인 정서적 분노와 좌절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개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의 감정 구조를 들여다보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울분 상태’라는 개념은 한국 사회에 깊이 자리 잡은 좌절과 무력감, 그리고 공정에 대한 기대와 배신감 사이의 간극을 잘 설명합니다.
울분은 ‘불의에 대한 분노가 누적되었지만, 해소되지 못하고 내면에 축적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제도에 대한 불신, 바꿀 수 없다는 체념, 반복되는 실망이 이 감정을 더 고착화시키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울분 수준은 ‘공정에 대한 신념’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고, 정치·사회 사안 가운데 ‘입법·사법·행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에 대한 울분 지수는 무려 85.5%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 수치는 정치가 더 이상 단순히 정책과 입법의 영역을 넘어서, 국민의 감정과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 또한 안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지금 정치가 회복해야 할 것은 ‘표심’이 아니라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이제 관심은 다음 선거 이후로 향합니다. 다가오는 대선 이후, 국민의 울분은 가라앉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실망과 좌절이나 더 큰 분열로 이어질지, 궁극적으로는 한국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영화 '인사이드아웃2' 버럭 캐릭터.(사진=월드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