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정년 연장 및 '주 4.5일제' 공약과 관련, “제가 어느 날 갑자기 긴급 재정명령으로 시행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상의)
이 후보는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개최한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다 (노사가) 대화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공약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사법리스크’ 족쇄에서 벗어난 이 후보가 경제단체와 만남을 통해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구축하며 대권 행보를 본격화했습니다. 이 후보는 심각한 상황에 처한 한국경제 살리기를 위한 기업의 역할을 거듭 당부했고, 경제5단체장은 이 후보를 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달라”는 경제계 바람을 전했습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간담회에서 “일률적 법정 정년 연장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고령자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주 4.5일제는 노사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해 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이 후보는 “정년 연장 문제를 '기업이 다 책임져라'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다”며 “(노사) 쌍방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산업,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니 차등을 두고 단계적으로 하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일방으로 정해서도 안 되고,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계의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선 “수요자 입장에서 뭐가 필요한지를 여러분이 제시해 달라”며 “행정 당국 입장에서 자기들이 편해지려고 만든 규제가 많은데 수요자, 현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수출 환경과 관련해선 “정부가 통상 정책을 통해 경제 영토를 넓히는 일은 중요하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이 북방 외교를 개척해 러시아,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시장을 열어 국내 기업이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산국가에 물건 팔면 어떤가”라며 “한미일이 안보·외교 협력을 해야 하지만 거기에 중심을 두되, 한쪽을 버릴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는 상속세 완화 문제에 대해서는 “가업 상속 특례가 매출 5천억원까지 상당히 완화된 상황에서 (특례를) 더 늘리자고 하면 국민이 수용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이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또 “과거처럼 경제·산업 문제를 정부가 제시하고 끌고 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경제를 살리는 중심은 바로 기업”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민간 영역의 전문성과 역량을 믿고 정부 영역이 충실히 뒷받침해 주는 방식으로 가지 않으면 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추격자가 아니고 선도자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 공동 초청으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는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300여명의 기업인이 참석했습니다.
경제5단체장은 간담회에서 한국의 정체된 경제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먼저 최태원 회장은 “한국의 성장 동력은 현실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으로 지금 하던 방식으로는 성장을 일으킬 방법이 없다”며 “여태까지 써보지 않은 새로운 성장 방법을 쓰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성장을 단시간에 일으킬 방법은 현재로서 난망하다”고 했습니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경제5단체장이 이재명 후보에게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의)
“일본과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한 최 회장의 제언에 이 후보는 “(국가 간) 연합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은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미국의 통상 외교 정책이 각개 격파 전략이기 때문에 각 국가 또는 개별 기업·산업 분야가 따로 대응하면 각개 격파될 가능성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과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공감이 간다”며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류 회장도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우선 과제는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로, 항공우주·인공지능(AI)·로봇·바이오·미래형 선박·방위산업·스마트팜 등 적극적 신산업 육성이 절실하다”며 “투자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기업의 힘만으로는 어렵기에 미국·중국·일본처럼 정부가 직접 인프라를 지원하고 세제 개선으로 투자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회장은 현재 공급망 불안, 글로벌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시장을 넓혀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 지원을 당부했습니다. 윤 회장은 “국익과 실리를 기반으로 한 유연한 통상 전략이 필요한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국과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이라며 “또한 중소 수출기업의 역량 제고를 위한 실효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조언했습니다.
아울러 “경제 성장 중심에 기업이 있을 수 밖에 없고, 국가도 이제는 기업가형 국가로 변모해야 한다”며 “공정한 경제생태계를 보장해주고 새로운 영역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로 세상이 변하는 것처럼 기업인들도 잘해주시길 믿는다”고 당부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