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일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 후보는 "오는 11일 이전에 단일화하자는 것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부터 당 주도 단일화 과정이 시작된다"고 재확인했습니다. 반면 김 후보는 "강제적 후보 교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선거 예비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단일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이 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11일 이전에 단일화하는 것에 혼신의 힘을 쏟을 생각이고, 아직 한 후보로부터 입장 변경에 대한 얘기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11일 이후 토론과 여론조사를 거쳐 단일화하자는 김 후보 측의 제안에 대해 입장을 묻자, 이 대변인은 "다음 주에 할 일을 지금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며 "국민이 기다려주느냐. 대통령 선거 일정이 연기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면서 "단일화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거냐"며 "당내 경선에서도 이길 자신이 없는데 본선에서 이길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고 꼬집었습니다.
당 지도부도 김 후보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권영세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오늘부터 당 주도 단일화 과정이 시작된다"고 밝혔습니다. 김 후보가 아닌 당이 앞장서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끝내겠다는 것입니다.
권 위원장은 "오늘 오후 TV토론과 양자 여론조사를 두 분 후보께 제안드린다"며 "(김 후보의) 불참으로 토론이 성사되지 못한다 해도 여론조사는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권 위원장은 "이 모든 책임은 비대위원장인 내가 책임지겠다"며 "이재명 독재를 막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비난과 책임도 감당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저를 밟고서라도 두 분은 단일화를 이뤄내서 이번 대선을 승리로 이끌어내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당 지도부는 앞서 8일 토론회와 8~9일 이틀간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는 '강제 단일화' 로드맵을 의결했는데요.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그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 결정에 대해 "강제적 후보 교체이자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당 지도부를 향해 "이 시간 이후 강제 후보 단일화라는 미명으로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고 촉구했습니다.
법적 분쟁도 시사했습니다. 김 후보는 "지금 진행되는 강제 단일화는 강제적 후보 교체이자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인 분쟁으로 갈 수 있다"며 "우리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안타까운 사태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서 당헌 제74조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하겠다"며 "저는 후보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토론회는 불참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냈습니다.
김 후보 측은 국민의힘 당헌 규정을 근거로 당 지도부가 후보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당헌 제74조2에 따르면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후보 선출 관련 사항을 선거관리위원회가 심의해 비대위 의결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김 후보가 불참 의사를 밝히며 이날 오후 6시에 예정된 토론회는 진행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당 지도부는 토론회가 무산돼도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앞서 김 후보는 한 후보에게 이날 오후 4시에 만나 단일화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고, 이를 한 후보가 수락했는데요. 김 후보가 내놓은 새로운 단일화 방식에 한 후보 측이 반발하며 대화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