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2022년 5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 새 정부 슬로건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1060일의 임기. 2022년 5월 취임 후 만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온 윤석열씨. 불과 0.74%포인트 차이로 불안정한 출발을 한 윤석열정부의 실패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요.
예고편은 선거운동 기간이었습니다. 주 120시간 노동을 이야기했고,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내뱉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었지만 국민들은 그에게 '공정과 상식'을 기대했습니다.
그의 첫 시작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었습니다. 하루도 청와대에 머물지 않겠다며 대통령실 이전에 속도를 붙였습니다. 방향이 잘못된 건 아니었습니다. 이전의 대통령들도, 대선 후보들도 '광화문 집무실', '세종 집무실'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문제는 속도에 있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겁니다. 윤씨는 1060일의 임기 내내 같은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방향을 맞았을 수 있지만, 너무 조급한 일 처리에 나섰습니다. 조급한 일 처리를 추진력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그의 실패는 첫 출발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예산 배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기존 집주인인 국방부를 내쫓듯 내보냈습니다. 외교공관도 관저로 쓰겠다며 내쫓았습니다. 이 과정을 견제한 야당의 말은 외면했고, 졸속한 이사에 대통령실은 도청에 취약해지기도 했습니다. 또 계엄에 있어 군과의 거리를 좁히기도 했습니다.
윤씨의 실패는 우리에게 속도와 방향이라는 두 가지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알렸습니다. 차기 정부도 고려해야 될 일입니다.
현재의 대선 후보들의 첫 출발도 집무실 이전입니다. 이미 용산 대통령실은 계엄의 상징이 됐습니다. 각 후보들도 집무실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세종 이전과 청와대 이전이 대표적인 방법론입니다. 방향성은 정해졌습니다. 이제 속도의 문제입니다. 이미 실패의 교과서는 있습니다. 계엄의 상징인 용산 대통령실이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청와대로 돌아가더라도, 개헌을 통해 세종으로 이전하더라도 두 번의 실수는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 모두의 공감대를 얻어야 할 중대사입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완벽하게 준비하길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