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한국 교육의 문제는 단순히 입시 지옥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실은 아이들을 성숙한 시민으로 키우기보다, 권력에 순응하고 약자를 무시하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짓밟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 돼버렸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앞.(사진=뉴시스)
유치원생 때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은 이제 '7세 고시'라는 말로까지 불립니다. 영어 유치원, 수학 학원, 코딩 과외까지. 대치동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초등학생들은 '의대 진학'이라는 목표를 달고 살아갑니다. 친구는 경쟁자가 되고, 협력보다는 이기는 법부터 배웁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교육 시스템을 '12년짜리 파시즘 훈련소'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교실에서 1등만을 외치고, 순위를 매기고, 승자만 기억하는 구조는 독재 정치의 방식과 똑같다고요. '전교 1등'이 된 아이들은 그 구조에 길들여져 결국엔 권위주의자가 됩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판사, 검사, 의사, 정치인이 되고, 또다시 사회를 억누릅니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오만한 엘리트 집단과 무력감에 빠진 대중 사이의 극심한 갈등.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 왜 저렇게 고압적일까?"라는 질문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옵니다. 이런 모습은 미국의 트럼프 시대를 떠올리게 합니다. 능력주의라는 이름 아래 사람을 나누고, 깎아내리며, 억압하는 사회. 지금 한국이 그 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과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은 세계 수준이라면서, 정치와 사상은 아직도 냉전 시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교사들은 여전히 정치에 입도 못 뗍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교사의 정치 참여를 막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의대 쏠림은 이런 교육의 비참한 민낯입니다. 교육은 아이들이 다양한 길을 꿈꾸게 도와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 하나의 '성공 공식'만 강요합니다. "돈 잘 벌려면 의사가 되어라." 이런 구조에서 자란 아이들이 과연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요.
곧 부모가 된다면, 과연 내 아이를 어디로 보내게 될까. 그곳이 정말 배움의 공간인지, 아니면 끝없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전쟁터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지금처럼 서열을 나누고, 이기는 법만 가르치는 교육 속에 아이를 던져놓을 수 있을지 망설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