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가구가 널찍하게 놓여 있고, 화장실에서는 손을 씻으면서도 유명 작가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에는 새하얀 은으로 제작된 커트러리를 이용하면 되고 게임이 하고 싶을 때에는 안마의자에서 일어나 몇 걸음 옮기면 됩니다.
지난 4월26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 입구 모습. (사진=변소인 기자)
파라다이스시티에 있는 VVIP 전용 룸의 모습입니다. 최상위 고객인 VVIP에게 주어지는 이곳 룸에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마련돼 있습니다. VVIP는 일반인들은 드나들 수 없는 출입구를 지나 자신만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자신만을 위한 룸으로 들어갑니다. 타인과 마주칠 겨를이 없습니다. 귀빈답게 모든 일들은 프라이빗하게 처리됩니다.
지난달 26일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시티의 카지노를 방문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명품 가방들이 경품으로 걸려 전시돼 있었습니다. 주로 아시아 남성들이 자리를 차지하고서 자못 진지한 얼굴로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딜러와 마주앉아 진행하는 게임보다 온라인 카지노게임인 ETG(Electronic Table Games)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화면을 보고 딜러가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게임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게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직접 대면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선호하는 게임 방법이라고 합니다.
주요 VIP들이 일본인, 중국인인 이유로 카지노 곳곳에서 동양미가 물씬 풍겼습니다. 붉은 색으로 인테리어된 곳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게임장은 예상보다 조용했고, 걸어다니는 통로가 넓어 탁트인 개방감을 줬습니다. 특히 옮기는 걸음마다 콘셉트가 다르게 연출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VVIP만을 위한 공간에서는 그저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우라가 물씬 풍겨져서입니다. RFID 칩이 장착돼 하나에 억원 단위라는 게임 테이블도 VVIP 룸에는 척척 놓였습니다. VVIP들의 의식주 수준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머무는 공간은 최고급으로 꾸며졌습니다. 커트러리 세트가 2000만원을 호가하는 것을 보면 다른 것들도 충분히 설명이 되겠지요.
굴지의 글로벌 기업 대표가 방문하느냐는 저의 질문에 "그런 기업들을 여러 개 운영하며 돈을 투자하는 사모펀드 쪽이 오죠"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노출이 잘 되지 않은 알짜배기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한 번 와서 쓰는 베팅 금액은 전체 카지노 매출을 흔들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VVIP룸에 한참 머물다 내려오니 하루 숙박에 1000만원, 2000만원 한다는 파라다이스 풀빌라도 소소해 보였습니다. 카지노 VVIP룸은 그야말로 '그들이 사는 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