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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교권
입력 : 2025-05-01 오전 6:58:5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심한 선생이 많았습니다. 선생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존경할 만한 구석이 눈곱만큼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임용고시에 합격했는지조차 의심스럽더라고요. 실제 수업 장면을 연출하는 평가도 본다던데, 그 수업을 듣고서도 붙여줬다면 '배임'이었습니다. 
 
대전시내 일선 고등학교마다 경쟁적으로 '명문대 합격 현수막'이 나붙고 있다. (사진=전교조 대전지부)
 
도저히 들어줄 수 없어서 수업시간엔 자습을 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학생은 내신·입시 시험만 잘 치르면 그만이니까요.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 수가 해마다 플래카드로 걸렸고, 그게 곧 학교의 목적이자 존재 이유였죠.
 
학교 선생의 비교 대상은 자연스럽게 '학원 강사'였습니다.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학교를 다녀야 하나, 하고요. 학원을 다니고 말지. 
 
회의감은 점점 커졌습니다. "5·18은 폭동"이라는 일간베스트(일베) 유저가 근현대사 1등급을 맞더군요. 단순 반복 학습을 도저히 '공부'라고 부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공부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가서 하라는 헛소리는 무시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선택을 하고 싶었던 거니까요.
 
수능을 망치고 세상에 나온 후, 진짜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죠. 졸업 후 14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절 고등학교 선생들의 '교권'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교권 추락'이란 표현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추락한 건 교권이 아닌 교육 그 자체일 겁니다.
 
이제는 '7세 고시반'까지 등장했더군요. 아이들에게 본인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할 여유가 있긴 할까요? 대학에 보낸다면, 최소한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할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탐구해볼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나요? 부모의 욕망과 무관하게요.
 
오늘도 대한민국 교육은 윤석열을 무럭무럭 키웁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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