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이 된 아이가 가정통신문을 가져왔습니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를 수업시간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수집·이용과 제3자 제공에 동의를 해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알림장 체크를 제대로 못 한 탓에 본인만 오늘 패드 이용을 못했다며 아쉬워한 모습이었습니다. 사인을 받아가 내일은 기필코 패드 이용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요.
아이에게 AIDT로 뭘 하느냐고 물으니, 수학시간에 문제를 맞히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신이 나고, 중간중간 캐릭터가 나오며, 엄마 아빠처럼 패드에 쓱쓱 글자를 쓰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하더라고요.
AIDT 포털에 접속해 보니 디지털교과서를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맞춤 교육과 AI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학습을 지원한다'고 기재해 놓았습니다. 언뜻 이해가 안 돼 스크롤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살펴보니 학생 데이터 기반 맞춤 콘텐츠로 학습을 지원하고, 선생님들은 맞춤 처방 지원으로 AI 보조교사를 두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 AIDT가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 여쭤보니 "아이들의 학습 과정을 패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수업 외적으로 패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사진=AIDT 포털)
찾아보고, 들어보니 더 모르겠더라고요. AIDT가 왜 필요한지 말이죠. 손으로 풀어도 되는 문제들을 왜 패드를 통해 풀어야 하고, '라떼는 말이야' 50명이 넘는 교실에서 친구와 곁눈질만 해도 선생님이 귀신같이 알아챘는데 패드를 통해 아이들이 딴짓을 하는지 안하는지 살펴야 하며, 10살밖에 안된 아이들이 기본 교육과정에 각자를 맞추며 기본 소양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판단한 맞춤형 문제풀이에 익숙해져야 하는지 말이죠.
선생님 말씀 속에서 그 시기에 마땅히 배워야 할 지혜를 배우고, 스스로 생각해 보고, 써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이 아이들이 할일이 아닌가요. AIDT가 얼마나 정확하게 맞춤형 학습 방법을 제안해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를 틀려서 혹은 너무 잘해서 맞춤형 문제를 풀어가는 것보다, 왜 틀렸는지 혹은 어떤 방법을 적용해서 풀었는데, 다른 방법도 있는지 등 생각의 꼬리를 물며 시간을 축적하는 것이 이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아닐까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한 의원은 AIDT에 대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AI 인프라에 대한 이해 없이 문제은행식 패드로 AI 교육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는가"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