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벤처 투자 시장 확대와 관련한 새로운 정책 구상을 내놨습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얼어붙은 벤처 투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현재 약 12조원 수준에 머무른 벤처 투자 규모를 5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동력으로 '법정기금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를 제안했습니다.
법정기금은 국민의 세금과 공적 자금을 기반으로 조성된 재원입니다. 연간 운용 규모만 1000조원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대부분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묶여 있고, 혁신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 비중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송 회장은 개별 기금법을 개정하거나 별도 입법을 통해 투자 의무화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무리한 제안"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의 말처럼 "무리하니까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지근한 온기로는 얼어붙은 생태계를 녹일 수 없으니까요. 지금 필요한 건 뜨거운 물입니다. 과감한 정책적 전환 없이는 유동성 절벽에 빠진 스타트업 생태계가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혁신은 언제나 '가능한 일'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무모해 보이고 비현실적으로 평가받던 제안이 변화를 이끌어왔고, 그 변화는 결국 미래의 기반이 됐습니다. 법정기금의 방향 전환은 단지 한 산업의 지원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다시 짜는 일일 수 있습니다. 무리해 보이는 지금이,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해법일지도 모릅니다.
29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벤처기업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중점 추진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