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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으로 느끼는 봄
입력 : 2025-04-30 오후 2:55:42
이사 갈 준비를 합니다. 두 달이나 남았지만 지금부터 짐 정리에 나섰습니다. 20년 만에 하는 세 가족의 대이동(?)이라 정리할 짐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사 갈 짐 정리를 하다 장롱에서 발견한 앨범 일부. (사진=뉴스토마토 오세은)
 
정리 중 안방 장롱 맨 아래, 한복 속치마에 가려진 앨범 6권을 발견했습니다. 백과사전 두께인 6개를 다 꺼내는데 힘을 다 뺐습니다. 앨범에 먼지가 쌓이도록 안 꺼내 봤더랬습니다.
 
그렇게 앨범을 펼쳐서 한밤중 부모님과 추억을 소환했습니다. 기억에는 없는 제 생애 첫 누드(?)사진부터, 부모님의 처녀, 총각 시절과 결혼식 사진까지. 다 보는 데만 2시간이 걸렸습니다. 
 
앨범을 다 보고, 부모님 얼굴을 봤습니다. 손거울로 제 얼굴도 봤습니다. 몇 초간 현실 감각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좀 전까지 사진 속 부모님의 모습은 주름 하나 없는 팔팔한 청춘이었고, 저 역시 어린아이였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사는 탓에 세월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앨범을 보고 나니, 그 세월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평소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고 압니다. 꽃이 피면 봄이 왔음을, 귓등을 스치는 봄이 가면 여름이 온다는 걸 압니다. 장마가 끝난 뒤엔 추석이, 추석 연휴 기간에 여행을 다녀오면 금방 크리스마스입니다. 그렇게 1년이 갑니다.
 
지금은 완연한 봄입니다. 눈으로 알록달록한 꽃을 보며 봄을 만끽합니다. 마음으로도 봄을 느끼고 싶다면 앨범을 꺼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세월의 자각’은 물론,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순간 발생하는 따뜻한 온기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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