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나르키소스에서 유래된 '나르시시즘'은 이상화된 자기에 대한 자기애적 왜곡을 의미합니다. 나르시시즘의 시작은 미소년인 나르키소스가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그리워하다가 빠져 죽은 내용인데요. 심리학이나 정신과에서 인간은 누구나 나르시시즘의 성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동훈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경선 후보가 20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 야시장을 찾아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현실과 욕심의 간극, 자신의 능력과 욕망의 크기가 다르다면 나르시시즘의 증상이 과도하게 발현될 수 있어 주의를 요하는데요. 이들은 대체로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타인에게 관심받기를 원합니다. 때문에 자기비판에 대한 인정이나 용납은 잘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이 훌륭한 선구자나 능력자로 여깁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최근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트럼프의 과감한 말과 제스처는 나르시시즘에서 기반한다고 보는데요. 실제 트럼프는 자신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자평하기도 하죠.
트럼프와 전혀 다른 듯 보이지만 비슷한 국내 정치인도 있습니다. 바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입니다. 그는 당원들과 '소통'을 위해 이동 중에 라방(라이브 방송)을 켜고, 간식을 맛있게 먹는 팁을 전하고, 기타 연주도 선보입니다. 언뜻 보기에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 같습니다. 또 유행에 뒤처지지 않은 중년으로 소위 '힙(유행에 앞서 나가거나 멋있고 핫하다는 의미)'해 보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국민의힘 예비 후보와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은 전혀 '힙'하지 않았습니다. 토론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김문수 후보가 한 후보의 공약을 지적하며 "아파트 하나 올리는 것도 2~3년 이상이 걸리는데, 어떻게 '5대 메가폴리스' 2년 안에 완성하냐"고 묻었습니다. 그는 "2년 안에 짓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과감한 규제를 풀어서 메가폴리스로 갈 수 있는 물꼬를 트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지지 않고 "결국 2년 안에 완성을 못한다는 말 아닌가"라며 홍준표 후보와 협공에 나섰습니다. 그다음 한 후보는 흥분한 듯한 말투로 "왜 제가 대구 같은 지역에 투자하는 것을 반대하시는 건가"란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상대 후보의 지적에 어떤 인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 후보가 보여준 기타 연주 라방을 떠올려 봅니다. 보통 인터넷으로 하는 라이브에서 기타 연주를 할 경우 전문 밴드가 아닌 경우에 '통기타' 연주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한 후보는 일렉 기타를 짧게 연주(?)했습니다. 이를 본 필자는 음악을 잘 아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기타는 1000만원 상당의 '재즈마스터'란 모델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연주 실력도 잘 모르겠고, 흔히 쓰는 기타도 아닌데, 어떤 음악 취향인지는 더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저 또한 주제넘게 연주 실력을 평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동안 한 후보의 짧은 정치 행보를 보고 있으면, 그가 들고 나온 '재즈마스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선 출마 때 '서태지'를 언급하고, 검찰 시절 자신의 방에 각종 힙한 '피규어'를 진열한 그의 모습은 홍 후보의 말처럼 껍데기만 있는 '이미지 정치'란 생각만 짙어져 안타깝습니다.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외모나 취미보다, 정책과 정치 비전.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